버스를 눈앞에서 놓쳤네요. 뛰었으면 탔을 텐데 그날은 안 뛰었어요.
놓치고 나서 한동안 서 있다가 삼 분쯤 지나서 앉았네요.
뛸 수 있는데 안 뛰는 날이 있더라고요.
다리가 안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 정도로 급하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놓치고 나면 또 아까워집니다. 안 뛴 건 저인데 아까워하는 것도 저고요.
우리는 놓친 뒤에야 그것이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계산한다.
놓친 직후에는 바로 안 앉아요.
아직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서 있는 거고요. 다음 차가 금방 올 것 같기도 하고요. 삼 분쯤 지나면 그때 앉습니다. 앉는 게 기다리기로 정했다는 표시인 셈이군요.
앉기 전까지는 계산을 좀 합니다.
걸어갈까, 다른 걸 탈까 하면서요. 대개는 다 비슷하거나 더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기다리는 걸 받아들이게 되네요.
막상 앉아 있으면 십 분이 그렇게 길지 않아요.
폰을 보다가 고개를 들면 와 있습니다. 아까워했던 십 분이 실제로는 금방 지나가는 겁니다. 놓친 순간의 감정이 그 십 분보다 더 컸던 셈이지요.
앉아서 정류장을 보면 사람들이 보입니다.
뛰어오는 사람, 시간표를 계속 보는 사람, 저처럼 앉아 있는 사람이요. 버스를 탔으면 못 봤을 장면들이고요. 대단한 건 아닌데 하루에 그런 게 한 조각 들어옵니다.
물론 뛰어서 타는 날도 있어요.
타고 나면 숨이 차고 자리도 없고, 도착해서도 한동안 마음이 급합니다. 십 분 일찍 도착했는데 그 십 분을 또 급하게 쓰게 되고요. 어느 쪽이 나은지는 그날에 따라 다르겠지요.
놓친 십 분을 버린 시간으로 세면 하루가 자꾸 모자라집니다.
그냥 하루에 들어 있는 시간으로 치면 되는 거겠지요. 오늘 눈앞에서 뭘 놓치셨다면, 그다음 십 분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