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요새 좋아하는 애가 생겼거든. 다른 반 애래.
근데 불나방이 그 애 앞에서만 이상해진대. 말 많은 애가 말을 더듬는대.
특히 동아리 얘기가 나오면. 무슨 동아리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한대.
불나방 주... 주말 동아리라고 했어.
다들 빵 터졌지. 주말 동아리가 뭐냐고.
불나방도 웃었는데 좀 진지했어. 주식 동아리라고 하면 그 애가 이상하게 볼까 봐 그랬대.
주식 한다고 하면 돈만 밝히는 애로 보일 것 같대. 아니면 철없어 보이거나.
그래서 얼버무렸는데 그게 더 이상해졌대.
나는 좀 신기했어. 불나방은 평소에 주식 얘기를 제일 크게 하는 애잖아.
근데 좋아하는 애 앞에서는 숨기고 싶은 거야. 그게 왜 그런지 물어봤어.
걔가 그러더라. 친구들 앞에서는 상관없는데 그 애 앞에서는 좋게 보이고 싶대.
그 애가 자기를 어떻게 볼지 너무 신경 쓰인대. 그래서 조금이라도 이상해 보일 만한 건 다 숨기고 싶대.
칼손 나도 그래. 좋아하면 작아져.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작아지는 건 다 그렇잖아.
평소엔 신경 안 쓰던 것도 그 사람 앞에선 신경 쓰이고. 내 단점이 다 보이는 것 같고.
그건 그만큼 잘 보이고 싶다는 거라니까. 상대가 소중하니까 나를 자꾸 재보는 거야.
불나방이 더듬는 것도 그만큼 진심이라서 그런 거고.
돌부처가 그 얘기를 듣다가 한 마디 했어.
돌부처 숨기면 나중에 더 어려워.
그 말에 다들 조용해졌어. 맞는 말이었거든. 처음에 숨기면 나중에 말할 때 더 큰 일이 되잖아.
불나방이 한참 생각하더니 다음에 만나면 그냥 말해보겠대. 주식 동아리라고. 근데 주식은 하나도 모르는 부장이 있는 동아리라고.
그다음 주에 불나방이 왔어. 말했대. 그 애가 웃었대. 부장이 모르는 게 제일 웃기다고.
그 덕에 대화가 길어졌대. 나 덕분이라고 하더라. 모르는 게 이렇게 쓸모 있을 줄 몰랐어.
너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숨기고 싶은 게 있으면 작은 거부터 말해봐. 진짜 너를 좋아해 줄 사람이면 그 얘기도 웃어줄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