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냉장고 문을 열고 두부가 어디 갔지, 하고 말했어요. 그리고 곧바로 아 어제 먹었지, 하고 대답했네요.
그 순간 멈칫했어요. 묻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다 제 목소리였거든요.
혼잣말이 늘어난 건 꽤 됐어요.
처음엔 짧은 감탄 정도였지요. 아이 추워, 아 맞다, 같은 거요. 그런데 요즘은 문장이 길어졌더라고요. 오늘 뭐 먹지, 이거 내일 해도 되겠지, 같은 말을 소리 내어 하고 있었네요.
생각해보니 하루 종일 말을 거의 안 한 날이 많았어요.
회사에서는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집에 오면 혼자니까요. 그러니 하고 싶은 말들이 갈 데 없이 쌓이다가 혼잣말로 새어 나오는 거겠지요. 원래 누군가에게 했을 말들이요.
혼잣말은, 들어줄 사람을 잃은 말이 잠깐 머무는 자리다.
처음엔 좀 걱정이 됐어요.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이 된 건 아닌가 싶었지요. 그런데 엄마도 요즘 혼잣말이 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 출근하시고 나면 집이 조용해서 자기도 모르게 말을 하신대요. 혼자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은 다들 비슷한 모양이에요.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요.
일이 복잡할 때 소리 내어 순서를 말하면 정리가 되기도 하고요. 속상한 날엔 괜찮아, 하고 한마디 하면 조금 나아지기도 하지요. 혼잣말이 저를 달래주는 셈이군요.
그날 두부 얘기를 친구에게 문자로 보냈어요.
냉장고 앞에서 혼자 묻고 대답했다고요. 친구가 자기는 화분한테 말을 건다고 답장을 보냈지요. 둘이 한참 웃었어요. 혼잣말이 대화가 되는 순간이었네요.
혼잣말이 늘었다는 건 말할 사람이 그리운 거겠지요.
그러니 혼잣말이 길어지는 날엔 누구 한 명에게 그 말을 보내봐도 좋겠어요. 별 내용 아니어도 괜찮아요. 혼잣말 몇 마디가 누군가에게 닿으면 방이 조금 덜 조용해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