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두 자리에 갔습니다. 한쪽에서는 목이 쉬도록 떠들었고, 다른 쪽에서는 물만 마셨어요.
나와서 보니 제가 아예 다른 사람 같더라고요.
자리 분위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네요.
같은 카페라도 누가 앞에 있느냐에 따라 제 말수가 달라져요. 편한 사람 앞에서는 말이 앞서고,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문장을 다 만들고 나서야 꺼내는걸요.
말수는 성격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얼마나 안전한가의 눈금이다.
말이 적어지는 자리에서 제가 뭘 하고 있나 보면 계속 재고 있어요.
이 말이 어떻게 들릴까, 지금 껴도 되나 하면서요. 재는 동안 화제가 넘어가고, 그러면 또 다음 기회를 기다리게 됩니다. 결국 한마디도 못 하고 나오는 셈이군요.
편한 사람 앞에서는 그 과정이 없어요.
틀려도 되고 말이 엉켜도 되니까 그냥 나오는 거지요. 그래서 말이 많아 보이는 거고요.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검사를 안 거쳐서 그런 거겠지요.
문제는 말 적은 자리에서 오해가 생긴다는 겁니다.
무뚝뚝하다거나 관심이 없다고 읽히더라고요. 실제로는 그 반대인데요. 신경을 많이 쓰니까 말이 줄어드는 건데 밖에서는 안 보이는걸요.
그래서 요즘은 어려운 자리에 갈 때 질문을 하나 준비해요.
말을 만드는 것보다 묻는 게 쉬우니까요. 하나 물어보면 그다음은 듣기만 해도 되고, 듣다 보면 한마디쯤은 붙게 되네요.
반대쪽 문제도 있어요.
편한 자리에서는 검사를 안 거치니까 안 해도 될 말까지 나갑니다. 나와서 아차 싶은 건 대개 그쪽 자리고요. 어려운 자리에서는 후회할 말이 없는 대신 아무것도 안 남고요.
어느 쪽이 나은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둘 다 조금씩 손해가 있는 겁니다.
말수가 사람마다 다른 건 성격이 둘이어서가 아닌걸요.
그 자리가 얼마나 편한지가 다른 거겠지요. 오늘 어떤 자리에서 한마디도 못 하고 나오셨다면, 그건 그만큼 신경을 쓰고 계셨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