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고 나오는데 꽤 남았네요. 싸 달라고 할까 하다가 말았어요.
나오면서 그 접시를 두 번 돌아봤네요.
혼자 먹을 때는 편하게 말하는걸요.
여럿이 있을 때가 어려워요. 제가 그걸 싸 간다고 하면 자리 분위기가 한 박자 바뀌는 것 같아서요. 실제로는 아무도 신경 안 쓸 텐데 그게 재어집니다.
아까워하는 마음은 감추는 순간부터 부끄러운 것이 된다.
정확히는 그렇게 보일까 봐서지요.
그런데 남은 걸 그냥 두고 오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기도 하고요. 버려지는 건 확실한데 그 확실한 손해보다 몇 초의 눈치가 더 크게 잡히는 겁니다.
재밌는 건 누가 먼저 싸 달라고 하면 그다음이 편해진다는 거예요.
그러면 저도 같이 말하게 되고요. 처음 꺼내는 사람만 어려운 셈이군요. 그 자리에서 첫 번째가 되는 게 부담인 거고요.
그래서 요즘은 제가 먼저 말해봅니다.
아깝다고 한마디 하면 대개 다들 그러자고 하더라고요.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던 거지요. 말 안 했으면 다 같이 두고 나올 뻔한 겁니다.
물론 싸 와서 안 먹고 버릴 때도 있어요.
그러면 두 번 아까운 셈이고요. 그래서 요즘은 다음 끼니에 바로 먹을 것만 싸 옵니다. 아까워서 다 들고 오면 냉장고에서 또 아까워지더라고요.
앞집 아주머니는 이런 걸 전혀 안 재십니다.
남으면 그냥 싸 달라고 하시고요. 처음엔 그게 좀 스스럼없어 보였는데 지금 보면 그게 맞는 쪽이더라고요. 재는 쪽이 오히려 손해만 보고 있는 거고요.
몇 년 더 지나면 저도 그렇게 될지 모르겠네요.
아까워하는 마음을 숨길 필요까지는 없는걸요.
그게 부끄러운 마음도 아니고요. 오늘 남은 걸 두고 나오면서 돌아보셨다면, 다음엔 먼저 한마디 해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