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이 삼 층이잖아.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어.
다들 엘리베이터 타는데 불나방만 계단으로 가. 매번.
처음엔 운동하려는 줄 알았어. 근데 불나방은 운동이랑 거리가 먼 애거든.
불나방 계단이 좋아. 이유는 없어.
한번은 불나방 따라서 계단으로 가봤어.
불나방이 층마다 계단참에서 한 번씩 멈추더라. 숨을 고르면서.
근데 그때 폰을 안 꺼냈어. 그냥 계단참 창문으로 밖을 봤어.
일 층에서 한 번, 이 층에서 한 번. 그리고 삼 층으로 올라갔어.
동아리방 들어가기 전에 물어봤어. 진짜 이유 없냐고.
불나방이 좀 머뭇거리더니 말해줬어. 엘리베이터 타면 너무 빨리 도착한대.
교실에서 바로 동아리방으로 오면 교실에서 있었던 기분 그대로 들어오게 된대. 안 좋았던 거 그대로.
근데 계단으로 오면 층마다 한 번씩 멈추잖아. 그러면 그 기분이 조금씩 떨어진대. 삼 층 도착할 때쯤엔 좀 가벼워진대.
칼손 계단이 필터네.
칼손 말이 맞더라. 계단이 필터였어.
일 층 계단참에서 하나 내려놓고, 이 층에서 하나 내려놓고. 그러면 동아리방엔 좀 가벼운 불나방이 도착하는 거야.
불나방은 늘 시끄럽고 밝은 애잖아. 근데 그 밝은 얼굴로 동아리방에 들어오려고 계단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라니까.
예전에 칼손이 복도 창문에서 표정 고르던 거랑 좀 비슷한데 달라. 칼손은 숨기려고 했고, 불나방은 내려놓으려고 하는 거야.
그 뒤로 가끔 나도 계단으로 가. 불나방이랑.
층마다 같이 멈춰서 창밖을 봐. 아무 말 안 하고.
삼 층에 도착하면 불나방이 그래. 오늘 다 내려놨다고.
돌부처 나는 엘리베이터. 다리 아파.
돌부처는 끝까지 엘리베이터파야. 근데 돌부처는 원래 내려놓을 게 별로 없는 애라서 괜찮대.
너도 어디 들어가기 전에 마음 고를 시간이 필요하면 계단으로 가봐. 층마다 한 번씩 멈춰서.
천천히 올라가도 돼. 새 동아리방은 삼 층에서 기다리고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