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빠가 동네 탁구장에 가신다길래 따라갔거든. 아빠가 요새 탁구를 시작하셨어.
탁구장에 아저씨들이 꽤 계셨어. 다들 아빠 또래.
아빠가 한 아저씨랑 치시기 시작했고 나는 벤치에 앉아서 구경했어.
아저씨들이 공을 치시면서 얘기를 하셨어. 탁구공처럼 말도 왔다 갔다.
처음엔 회사 얘기였어. 그러다 한 아저씨가 그러셨어. 요새 그거 어때요?
아빠가 공을 받으시면서 대답하셨어. 별로죠, 뭐.
그 뒤로 주식 얘기가 공이랑 같이 오갔어.
칼손 탁구 치면서 그 얘기를 하시는구나.
근데 재밌는 게 있었어. 그 얘기를 하실 때마다 공이 자꾸 네트에 걸렸어.
툭, 툭. 랠리가 세 번을 못 넘겼어.
아저씨들이 웃으셨어. 얘기하니까 공이 안 넘어간다고.
그러다 한 아저씨가 그러셨어. 이제 얘기 그만하고 치자고.
얘기를 멈추시니까 달라졌어. 다들 공에만 집중하셨어.
랠리가 계속 이어졌어. 열 번, 열다섯 번, 스무 번.
탁구장에 공 소리만 났어. 똑딱똑딱. 아빠 얼굴이 엄청 진지하셨어.
스물세 번째에 아빠가 공을 놓치셨어. 근데 다들 박수 치셨어. 오늘 최고 기록이라고.
불나방 얘기 멈추니까 공이 넘어가네.
생각해보면 그 얘기를 하실 때는 마음이 딴 데 가 있으셨던 거야. 그래서 공을 못 받으신 거고.
근데 공 하나에 집중하니까 그 얘기가 잠깐 사라졌어. 공만 보면 됐으니까.
돌부처가 운동장 열 바퀴 도는 거랑 비슷하더라. 몸을 쓰면 머리가 조용해지는 거라니까.
돌부처 나도 탁구 배우고 싶다.
집에 오는 길에 아빠가 그러셨어. 탁구 치면 그 생각을 안 해서 좋다고.
그래서 요새 주말마다 가신대. 아저씨들도 다 그래서 오시는 거래.
아빠가 다음엔 동아리 친구들도 데려오라고 하셨어. 다 같이 치자고. 돌부처가 엄청 좋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