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늦어진 밤이었어요. 아파트 단지 놀이터를 지나는데 아무도 없었지요.
가로등 불빛 아래 그네 두 개가 조용히 걸려 있었어요. 잠깐 망설이다 그중 하나에 앉았네요.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이었어요.
그네 쇠사슬을 잡으니 손바닥이 차가웠어요.
밤공기에 식어 있었지요. 발로 땅을 살짝 밀어봤어요. 그네가 천천히 앞뒤로 흔들렸고요. 몇 번 발을 구르고 나니 손의 온기로 사슬이 미지근해져 있더라고요. 그네가 저를 조금씩 받아주는 것 같았어요.
조금씩 높이 올라갔어요.
바람이 얼굴에 닿았지요. 어릴 때 이 느낌을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났어요. 발끝이 하늘에 닿을 것 같던 그 순간이요. 어른이 된 지금도 그 느낌은 그대로였네요.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무도 보지 않는 그네 위에서는, 잠깐 어린 나로 돌아가도 괜찮다.
처음엔 누가 볼까 봐 조금 신경 쓰였어요.
다 큰 어른이 혼자 그네를 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도 없었지요. 창문 몇 개에 불이 켜져 있었지만 다들 각자의 저녁을 보내고 있었고요. 그 사실이 오히려 편했어요.
어릴 때 할머니가 그네를 밀어주셨어요.
더 높이, 더 높이 하면 할머니가 웃으며 밀어주셨지요. 그때 할머니 손바닥의 감촉이 등에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혼자 타는 그네였지만 그 손이 조금 느껴지더라고요.
한참 타고 있는데 손전등 불빛이 다가왔어요.
순찰 도시던 경비 아저씨였지요. 저를 보시더니 웃으며 그네 오랜만이시죠, 하셨어요. 아저씨도 가끔 아무도 없을 때 앉아본다고 하시더라고요. 둘이 잠깐 웃고 아저씨는 다시 순찰을 도셨어요.
쇼펜하우어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간에 잠깐 마음이 쉰다고 했대요.
그네를 타는 몇 분이 딱 그랬어요. 앞으로 갔다 뒤로 오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요.
아무도 보지 않는 그네 위에서는 잠깐 어린 내가 되어도 괜찮겠지요.
퇴근길 빈 놀이터를 지나면 한 번쯤 앉아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