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쯤이었어요. 일에 집중하다 문득 책상을 내려다봤지요.
블라인드 틈으로 햇살이 들어와 책상 위에 줄무늬가 져 있었어요. 하얀 줄과 그림자가 번갈아 놓여 있었네요. 그걸 한참 보고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그 햇살은 매일 왔을 거예요.
맑은 날이면 늘 그 시간에요. 그런데 저는 모니터만 보느라 한 번도 못 봤지요. 그날 처음으로 그 줄무늬가 거기 있다는 걸 알았어요. 매일 같은 자리에서 몇 년을 일했는데도요.
햇살 줄무늬는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조금씩 책상 위를 옮겨 갔지요. 서류 위에 있다가 키보드로, 키보드에서 모니터 옆으로요. 그걸 보고 있으니 시간이 흐르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어요. 시계보다 더 정확하게요.
바쁜 오후에도, 책상 위로 햇살 한 줄은 어김없이 지나간다.
모니터 옆에 작은 다육이 화분이 있어요.
몇 달 전 동료가 선물로 준 거지요. 햇살 줄 하나가 그 화분에 닿았어요. 통통한 잎이 반짝 빛났지요. 그 순간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어요. 화분도 그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네요.
저는 흐린 날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오후의 햇살은 싫지 않았어요. 눈부시지 않고 조용했거든요. 블라인드가 햇살을 한 번 걸러줘서 그런가 봐요. 흐린 날의 빛처럼 부드러웠네요.
그날 몇 분 동안 손을 멈췄어요.
메일도, 서류도 잠깐 내려놓았지요. 햇살 줄무늬가 다육이를 지나 책상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봤어요. 그러고 나서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머리가 조금 맑아져 있었어요.
쇼펜하우어는 무언가를 그냥 바라볼 때 잠깐 마음이 쉰다고 했대요.
책상 위 햇살을 바라본 그 몇 분이 딱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빛만 봤으니까 그랬겠지요.
바쁜 오후에도 책상 위로 햇살 한 줄이 지나가는 것 같아요.
오늘 세 시쯤엔 잠깐 손을 멈추고 그 줄무늬를 바라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