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에 동네 독서실에 다녔거든. 새벽 한 시쯤 나올 때가 많았어.
그 시간에 카운터에 총무 언니가 늘 있었어. 대학생 언니인데 밤에 알바하는 거래.
나올 때마다 언니가 폰을 보고 있더라. 처음엔 공부하는 줄 알았어.
근데 하루는 지나가다 화면이 보였어. 계좌 화면이었어. 동아리방에서 매일 보는 그거.
언니가 내 눈길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더라. 그리고 좀 민망하게 웃었어.
"너도 이거 알아?" 하길래 나는 하나도 모른다고 했어. 주식 동아리 부장인데 모른다고 하니까 언니가 크게 웃더라.
불나방 부장이 모른다는 게 제일 웃기긴 해.
그날 언니가 좀 얘기를 해줬어. 알바비 모아서 조금 해본 거래.
밤에 카운터에 혼자 앉아 있으면 할 게 없대. 그래서 자꾸 보게 된대.
근데 보면 볼수록 잠이 안 온대. 퇴근하고 집에 가도 그 화면이 눈앞에 있대.
그 말 하는데 언니 눈 밑이 좀 어두웠어. 새벽 알바 때문인지 그거 때문인지는 모르겠더라.
칼손 밤에 보면 더 크게 보여.
내가 나가려는데 언니도 마감을 하더라. 카운터 스탠드 불을 끄려고 손을 뻗었어.
근데 끄기 직전에 폰 화면을 한 번 더 켜더라. 일 초쯤 보고 바로 껐어. 그리고 스탠드 불도 껐어.
그 일 초가 좀 오래 기억에 남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하고 싶은 마음. 동아리방 애들도 다 그러거든.
다음 날 동아리방에서 그 얘기를 했어. 다들 조용히 듣더라.
돌부처가 그러더라. 혼자 보는 게 제일 무겁다고. 우리는 같이 보니까 그나마 낫대.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어. 언니는 새벽 카운터에서 혼자 그걸 들고 있었던 거잖아.
돌부처 언니도 데려와.
그 뒤로 독서실 갈 때 언니한테 음료 하나씩 갖다줬어. 별말은 안 했고.
언니가 뭘 갖고 있는지는 몰라. 근데 새벽에 혼자 화면 보는 마음은 알 것 같거든. 다들 각자의 카운터에서 버티고 있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