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모르는 아주머니가 나한테 뭘 물으셨거든. 계좌 관련된 얘기 같았어.
근데 나는 못 알아들었다니까. 뭘 물으시는 건지 모르겠더라.
한 번 다시 여쭤봤는데도 못 알아들었어. 그래서 또 여쭤봤고.
두 번 여쭤보는 게 되게 미안하더라. 그분도 좀 난처해하시고.
세 번째로 물으실 때는 목소리를 낮추시면서 손으로 폰을 가리시더라.
칼손 그러면 진짜 곤란하죠.
폰을 가리신 게 제일 걸렸거든. 그 안에 뭐가 있는 걸 나한테 안 보이게 하신 거잖아.
물어보시는 건데 보여주지는 않으시는 거고. 아들 이름을 안 말씀하신 분이랑 비슷한 거라니까.
도와달라고 하시는데 도울 수 있게는 안 만들어주시는 거고.
결국 모른다고 말씀드렸어. 저는 잘 모른다고.
그분이 알겠다고 하시고 가시더라. 좀 실망하신 것 같았고.
기계 앞에서 헤맬 때 뒤에 계시던 아주머니는 나를 도와주셨는데, 나는 못 해드린 거잖아.
돌부처 못 하는 건 못 하는 거지.
이게 며칠 남더라. 못 해드린 것보다 못 알아들은 게 더 남았어.
내가 좀 더 알았으면 알아들었을 텐데 싶은 거잖아. 아는 게 없는 게 처음으로 좀 아쉬웠고.
모르는 게 자격이라고 계속 썼는데 그날은 그게 아니었던 거라니까.
그날 이후로 방에서 하나 바꿨거든. 애가 뭘 물어봤는데 내가 못 알아들으면 세 번까지 물어본다.
두 번에서 그만두면 그 애가 포기하게 되잖아. 내가 그날 포기당한 쪽이었으니까 알겠더라.
세 번 물어봐도 안 되면 그때는 종이에 써달라고 한다니까. 그거까지 해보는 거고.
불나방 세 번 물으면 좀 그렇잖아요.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못 알아듣는 게 원래 많거든. 뉴스도 반은 못 알아듣고.
근데 그게 남한테 걸릴 때는 좀 다르더라. 나 혼자 모르는 거랑 다른 거고.
그래도 아는 척은 안 했잖아. 그거 하나는 지킨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