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부름으로 갔다가 기계 앞에서 헤맸거든. 계좌 관련된 건데 처음 해보는 거였어.
뒤에 줄이 있는데 나는 못 하고 있으니까 좀 그랬다니까.
그러다 뒤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알려주시더라. 거기 말고 그 옆에요, 하고.
나는 좀 당황했는데 그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더라고. 재촉하는 것도 아니었어.
두세 번 알려주시고 나서 다 됐다고 하시더라니까.
칼손 저는 그러면 더 당황할 것 같은데요.
여기서 하나가 눈에 들어왔거든. 알려주시면서 화면을 안 보고 계시더라.
내 손만 보고 계셨어. 화면에 뭐가 떠 있는지는 안 보시는 거잖아.
그게 일부러 그러신 거라는 걸 나중에 알겠더라. 남의 계좌 화면이니까 안 보시는 거고.
이게 좀 놀라웠거든. 도와주려면 봐야 되는 줄 알았잖아.
근데 손만 보고도 다 알려주시더라. 어느 버튼을 누르는지만 보면 되니까.
엄마가 계좌 보실 때 내가 고개 돌린 거랑 같은 거였어. 안 보는 것도 해주는 거라고 내가 그랬고.
돌부처 안 보고 알려주는 게 더 어렵지.
이거 방에서 쓰기로 했거든. 애가 뭘 못 하고 있으면 화면은 안 보고 손만 본다.
말로만 알려주고 화면은 안 보는 거잖아. 그게 되더라니까.
물어보지 않고 도와주는 방법이 하나 더 생긴 거고.
다 되고 나서 고맙다고 했는데 그냥 가시더라. 아무 말도 안 하시고.
받을 생각도 없으셨던 거잖아. 짐 들어드렸을 때 그 아저씨랑은 반대였어.
그건 삼 분이 필요하셨던 거고 이건 아니었던 거고. 도와주는 것도 여러 가지더라.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 기계도 아직 잘 못 쓰거든. 다음에 또 헤맬 거고.
근데 그분이 하신 방식은 배웠잖아. 손만 보고 알려주는 거.
도와주면서 안 보는 게 제일 어려운 건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하시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