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게시판에 종이가 하나 붙었거든. 거기 그 말이 적혀 있더라.
개미라는 말이었어. 학교에서 그 말을 본 건 처음이었다니까.
붙은 자리가 급식 메뉴 바로 옆이더라. 다들 지나가면서 보는 자리잖아.
나는 그게 제일 이상했어. 그 말이 급식 메뉴 옆에 있는 게.
친구한테 봤냐고 물었더니 봤는데 별 생각 안 했대.
불나방 저도 봤는데요.
그 말이 어디까지 갔나 세고 있다고 내가 썼잖아. 뉴스, 예능, 광고, 만화.
이번엔 학교인 거고. 그것도 급식 메뉴 옆이고.
집 밖도 아니고 매체도 아니고 학교 안까지 온 거라니까. 다섯 번째인 거고.
그리고 이번에도 설명이 없더라. 그냥 그 말이 쓰여 있어.
설명이 없어진 게 다 퍼진 시점이라고 내가 썼는데, 학교에서도 그러니까 이제 진짜 다 간 거잖아.
한 칸 뜯긴 종이를 세던 거랑 비슷한데, 이번엔 빨리 가고 있는 걸 세는 거고.
돌부처 이제 어디나 있지.
그다음에 뭐가 남았나 생각해봤거든. 잘 모르겠더라.
학교 안까지 왔으면 더 갈 데가 있나 싶고. 교과서 같은 데 나오면 그게 마지막인가 싶기도 하고.
그건 그때 가서 세면 되는 거고.
방에서 이 얘기를 꺼냈는데 반응이 거의 없더라. 다들 봤는데 별 생각을 안 한 거고.
나만 세고 있으니까 나만 이상한 거잖아. 그게 좀 그랬어.
무뎌진 걸 세기로 했는데 애들은 이미 무뎌진 거고. 나는 아직 아닌 거고.
칼손 그게 왜 이상해요?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 종이가 정확히 뭐였는지도 잘 모르거든. 안내문 같았고.
근데 그 말이 적혀 있는 건 봤잖아. 그건 세는 거니까.
다섯 번째까지 적어뒀다니까. 여섯 번째가 오면 또 적을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