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친척들 다 모였거든. 밥 먹고 과일 나올 때쯤 그 얘기가 나오더라.
누가 먼저 꺼냈는지는 모르겠어. 정신 차려보니까 어른들이 다 주식 얘기를 하고 있었다니까.
나는 과일 깎는 척하면서 옆에서 들었어. 끼어들 말이 없으니까.
재밌는 게 뭐냐면, 얘기가 한 바퀴 돌고 나서 또 돌더라.
큰아빠가 얘기하고, 작은엄마가 얘기하고, 아빠가 조금 얘기하고. 그리고 다시 큰아빠.
두 번째 바퀴는 첫 바퀴랑 내용이 거의 똑같았어. 근데 아무도 그걸 지적 안 하더라.
칼손 어른들도 우리랑 똑같네.
나는 큰아빠 손을 보고 있었거든. 얘기할 때마다 전 접시를 자기 쪽으로 조금씩 당기시더라.
한 번 당기고, 또 당기고. 나중엔 접시가 상 끝까지 가 있었어.
뭘 드시려는 것도 아니었어. 그냥 손이 뭘 쥐고 싶었던 것 같더라.
신기한 건 아무도 누구한테 뭘 하라고 안 했다는 거야. 다들 자기 얘기만 했어.
좋았던 적도 있고 안 좋았던 적도 있다는 얘기. 뉴스에서 들은 얘기. 회사 사람 얘기.
엄마가 나중에 그러더라. 명절엔 원래 저렇게 서로 들어주는 거라고.
돌부처 듣는 게 제일 어려워.
큰아빠가 마지막에 우리는 다 개미라고 하시면서 웃으셨거든. 다들 따라 웃었어.
근데 그 웃음이 동아리방에서 듣던 웃음이랑 똑같더라. 좀 짜고 좀 편한 웃음.
나이가 달라도 그 말 할 때 표정은 같더라니까.
아빠는 두 바퀴 도는 동안 딱 한 마디만 하셨거든. 요즘은 계좌를 잘 안 본다고.
그 말에 상이 잠깐 조용해졌어. 다들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도 뭐라고 안 하시더라.
집에서도 아빠가 그 얘기 하는 거 못 들어봤거든. 명절 상이라서 나온 말이었던 것 같아.
집에 오면서 생각해봤어. 어른들한테도 그 얘기를 들어줄 자리가 있어야 하는구나.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잖아. 그게 명절 상이든 동아리방이든 말이야.
너네 집 상에서도 그 얘기 나오면 그냥 들어줘. 그거면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