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사촌들끼리 작은방에 모여 있었거든. 다들 또래야.
어른들은 거실에 계시고 우리는 방에 있었어. 가족이 다 모이면 매번 이렇게 갈리더라.
엄마가 과일 들고 한 번 들어오셨다가 그냥 나가시더라. 그것도 매번 똑같아.
거실에서 나오는 얘기랑 방에서 나오는 얘기가 완전히 다르더라. 그게 좀 이상했다니까.
거실에서는 웃음소리가 나는데 우리 방은 오히려 조용해질 때가 있었어. 반대로 갈 때도 있고.
같은 집에서 두 가지 얘기가 따로 도는 거잖아.
불나방 저희도 그래요.
사촌 하나가 자기 계좌 얘기를 꺼내더라. 나는 좀 놀랐어.
거실에서는 절대 안 나올 얘기잖아. 근데 우리끼리 있으니까 나오는 거야.
그러니까 어른들 앞에서는 안 하고 또래끼리만 하는 얘기가 따로 있는 거라니까.
이게 우리 동아리방이랑 똑같더라. 방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있잖아.
나는 그게 우리 방이라서 그런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었어.
또래끼리 모이면 어디서든 그렇게 되는 거였더라. 명절 작은방도 동아리방인 거라니까.
돌부처 어른 없는 데면 다 그렇지.
그 생각 하다가 반대도 떠올랐거든. 어른들도 우리 없는 데서 우리한테 안 하는 얘기를 하시겠구나.
거실에서 웃으실 때 그게 우리한테 못 하는 얘기일 수도 있는 거잖아. 우리가 그러는 거랑 똑같이.
그러니까 서로 반쪽만 알고 사는 거라니까. 나는 그게 좀 이상하면서 당연한 것 같았어.
그리고 헤어질 때 사촌이 나한테 연락처를 다시 저장하더라. 명절에만 보는 사인데 그날은 좀 달랐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어른들 얘기는 여전히 모르거든. 알 필요도 없는 것 같고.
근데 우리 쪽 얘기가 도는 방이 있다는 건 다행인 거잖아. 그게 없으면 그 얘기는 아무 데도 못 가니까.
명절 작은방이든 동아리방이든 그런 데가 하나는 있어야 되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