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지 몇 달이 지났어요. 친구들은 이제 다 지난 일처럼 얘기하지요.
얼마 전 친구가 카페에서 물었어요. 이제 다 잊었지? 저는 대답 대신 휴대폰 사진첩을 열었다가 닫았네요. 친구는 그걸 보고 더 묻지 않았어요.
주변 사람들은 다 괜찮아졌다고 해요.
시간이 약이라고, 금방 지나간다고요. 실제로 저도 겉으로는 괜찮아 보일 거예요. 출근하고 밥 먹고 웃기도 하지요. 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 아직 그 자리에 있는 저를 발견하더라고요.
처음엔 제가 이상한 줄 알았어요.
남들은 다 앞으로 가는데 저만 제자리인 것 같았지요. 이쯤이면 괜찮아져야 하는데 왜 아직일까 싶어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어요. 그럴수록 더 오래 그 자리에 머물게 되더라고요.
슬픔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어서, 저마다 다른 속도로 그 자리를 떠난다.
그날 친구는 더 묻지 않았어요.
대신 주문한 차를 제 쪽으로 밀어줬지요. 따뜻할 때 마시라고요. 그 말 없는 몸짓이 이상하게 큰 위로였어요. 괜찮아지라고 재촉하지 않는 마음이 느껴졌거든요. 그 차를 천천히 다 마셨네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괴로움을 함께 느끼는 연민이 사람을 덜 외롭게 한다고 했대요.
친구는 제 슬픔을 없애주려 하지 않았지요. 그냥 곁에서 같이 앉아 있어 줬어요. 그게 연민이라는 거구나 싶었네요.
요즘은 스스로를 덜 다그치려고 해요.
아직 그 자리에 있으면 있는 대로 두기로 했지요. 언젠가는 저도 일어나겠지요. 그게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괜찮을 거예요.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슬픔도 있는 것 같아요.
슬픔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지요.
남들이 다 괜찮아졌어도 오늘은 아직 그 자리에 앉아 있어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