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기다리면서 이미 기대를 반으로 줄여뒀어요. 상대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안 될 수도 있다고 미리 정해두면 나중에 덜 아프니까요.
몇 번 크게 흔들려 보면 이렇게 되더라고요.
기대한 만큼 아프니까 기대를 줄이는 겁니다. 계산으로 보면 맞는 말이고요. 실제로 안 됐을 때 덜 흔들리기도 하네요.
미리 물러선 사람은 덜 다치지만, 좋은 일이 왔을 때도 절반만 받는다.
문제는 반대쪽이에요.
그 일이 잘됐을 때 기쁨도 절반만 옵니다. 이미 아닐 거라고 정해뒀으니까 되고 나서도 실감이 안 나는 거지요. 안 다치는 값으로 그걸 내고 있는 셈이군요.
또 하나는 그게 보인다는 겁니다.
미리 물러선 사람은 반응이 밋밋해요. 상대는 애써서 해줬는데 받는 쪽이 심드렁하면 다음엔 안 하게 되겠지요. 저를 지키려던 게 관계 쪽을 깎는 겁니다.
이 자세가 언제 생겼는지는 대충 알아요.
몇 번 크게 어긋난 시기가 있었고 그 뒤로 붙었습니다. 그때는 이게 필요했고요. 다만 지금도 같은 세기로 쓰고 있는 게 문제겠지요.
그래서 요즘은 아주 안 줄이지는 못해도 덜 줄여보려고 하네요.
반으로 줄이던 걸 팔 할쯤에서 멈추는 정도로요. 그러면 됐을 때 좀 더 기쁘고 안 됐을 때도 못 견딜 만큼은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좋은 소식이 오면 일부러 크게 반응합니다.
속으로 이미 재고 있었어도요. 그래야 해준 사람이 보람이 있고, 다음이 또 있으니까요. 표현은 제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덜 다치는 자세는 덜 받는 자세이기도 한걸요.
그 둘이 붙어 있다는 걸 알고 정하면 되겠지요. 오늘 미리 기대를 접으셨다면, 그게 언제부터 붙은 자세인지 한 번 떠올려 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