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와서 신발을 안 벗고 잠깐 서 있었습니다. 가방만 바닥에 내려놨어요.
몇 분쯤 그러고 있었네요. 딱히 뭘 한 것도 아닙니다.
현관은 이상한 자리예요.
문 안쪽인데 아직 집은 아닙니다. 신발을 신고 있으니까 나가려면 그냥 나갈 수도 있고요. 그 어중간한 상태가 그 순간에는 편하더라고요.
우리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로 건너가지 못한다. 문턱은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신발을 벗으면 그날 밖의 일은 끝난 게 됩니다.
그러면 집 안의 일이 시작되지요. 밥이든 정리든 뭐든요. 그게 시작되는 걸 몇 분 미루고 있는 셈이군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구간이 거기밖에 없는 겁니다.
이 시간이 길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밖에서 힘들었던 날이에요. 그런 날은 신발을 벗기까지 오래 걸리더라고요. 좋은 일이 있었던 날은 신발도 빨리 벗고 불도 바로 켭니다.
그러니 현관에 서 있는 시간이 그날을 재는 자 같기도 합니다.
순서가 늘 같아요.
가방을 먼저 내려놓고, 그다음에 한참 있다가 신발을 벗습니다. 가방이 제일 무거우니까 그것부터 놓는 거겠지요. 손에 아무것도 없어야 좀 쉬어지는걸요.
다만 너무 오래는 안 두려고 합니다.
십 분쯤 서 있어본 적이 있는데 그날은 그 뒤로도 계속 늘어졌어요. 시작을 미루면 미룰수록 시작이 무거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이삼 분쯤 두고 벗습니다.
비가 온 날에는 그 시간이 짧아집니다.
젖은 채로 서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신발부터 벗고 수건을 찾게 되고요. 몸이 급하면 마음도 따라 급해지는지 그런 날은 늘어지지 않더라고요.
가끔은 몸을 먼저 움직이게 하는 이유가 하나 있는 편이 낫겠지요.
현관에서 멈추는 게 게으른 건 아닌 것 같아요.
밖에 있던 상태를 벗는 데 시간이 좀 드는 거겠지요. 오늘 들어오자마자 한참 서 계셨다면, 그날 밖이 좀 무거우셨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