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수업에 다니면서 옆자리 분과 조금씩 얘기를 나누게 됐어요. 처음엔 인사만 하던 사이였지요.
지난주 수업이 끝나고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걸었어요. 걷다가 둘 다 동시에 말했어요. 비 오는 날이 제일 좋아요. 서로 쳐다보며 한참 웃었네요.
그분과 얘기하면 설명이 필요 없었어요.
제가 왜 창가를 좋아하는지, 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더라고요. 그분도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말의 반만 해도 나머지 반이 전해지는 느낌이었지요.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만난 지 몇 주밖에 안 됐는데 오래 알던 사람 같았지요. 좋아하는 책도, 싫어하는 소음도 비슷했어요. 같은 데서 웃고 같은 데서 조용해졌고요.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었구나 싶었네요.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구나 하고 안심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조금 외로웠던 것 같아요.
제 얘기를 하면 다들 신기해하거나 고개를 갸웃했지요. 비 오는 날이 왜 좋냐고,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냐고요. 그래서 점점 말을 아끼게 됐어요. 그런데 이분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쇼펜하우어는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대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혼자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고요. 그 말이 맞다면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꽤 드문 행운이겠지요. 그날 버스 정류장의 웃음이 더 귀하게 느껴졌어요.
헤어지기 전에 제가 먼저 말했어요.
다음 수업 끝나고 차 한잔 하실래요? 그분이 반갑게 좋다고 했지요. 먼저 말을 거는 게 어려운 저였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쉬웠어요.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랬던 거겠지요.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드문 행운이에요.
그 사람에게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먼저 건네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