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수첩에 뭘 적고 있었거든. 그날 방에서 있었던 걸 한 줄 적는 거야.
개미라는 말이 들어간 줄이었어. 방에서 그 말이 나온 걸 적은 거고.
그러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보고 계신 걸 알아챘거든. 나는 좀 당황했어.
근데 그분이 눈을 안 피하시더라. 보고 있는 걸 감추지도 않으시고.
나는 수첩을 덮었어. 그게 반사적으로 나온 거고.
불나방 그거 좀 무서운데요.
덮고 나서도 아무 말도 안 하시더라.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몇 정거장 뒤에 내리셨어. 그게 다야.
근데 그게 며칠 남았다니까. 뭐라고 하셨으면 오히려 안 남았을 것 같고.
이거 겪고 나서 알겠더라. 적어두는 게 안전한 게 아니었어.
나는 적어두면 내 것만 남는 줄 알았잖아. 없어진 걸 세려면 적어야 된다고 계속 썼고.
근데 적은 건 남이 볼 수 있는 거라니까. 말은 사라지는데 적은 건 남으니까.
돌부처 적으면 남지.
지금은 적는 방식을 좀 바꿨거든. 이름은 원래 안 적었는데 이제 자리도 안 적어.
셋째 줄이라든가 문 앞이라든가 그런 것도 안 쓰는 거고. 남이 봐도 뭔지 모르게 적는다니까.
기록장에 이름을 안 적는 게 명단이 되지 않게 하려고였는데, 이건 남이 보는 것까지 생각한 거고.
그리고 방에 두고 다니던 기록장도 집에 갖고 온다니까. 방에 두면 애들이 볼 수 있으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적는 것밖에 못 하거든. 그게 내가 하는 유일한 거고.
근데 적은 것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거였어. 내 말이 이름 없이 돌아다니는 거랑 같은 거고.
그래서 지금은 나만 알아보게 적는다니까. 그거면 되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