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부름으로 주민센터에 갔다가 봤거든. 앞에 벤치가 하나 있어.
거기 어떤 분이 앉아 계셨어. 손에 서류를 들고 계셨는데 계좌 관련된 거였던 것 같더라.
내가 들어갔다 나올 때까지 계셨거든. 그게 십오 분쯤이야.
그동안 서류를 무릎에 놓고 한 번도 안 펼치시더라. 그냥 앞만 보고 계셨어.
폰도 안 보시고 누구랑 통화도 안 하시고. 그냥 앉아만 계신 거라니까.
칼손 뭐 하시는 거였을까요.
칼손이 물어봤는데 나도 모르거든. 안에서 뭘 하고 나오신 건지 들어가시려던 건지도 몰라.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더라. 표정이 딱히 어둡지도 않았어.
그냥 앉아 계셨던 거잖아. 그게 다야.
방에서 이 얘기를 했더니 애들이 답을 만들려고 하더라. 이랬을 거다 저랬을 거다.
한참 듣다가 내가 그만하자고 했거든. 우리가 만든 얘기가 되는 거잖아.
동네 가게 문 닫은 얘기가 오면서 말이 붙었던 거랑 똑같은 거라니까. 그때 우리가 안 붙이기로 했잖아.
돌부처 모르면 모르는 거지.
그날 그 얘기는 거기서 끝냈거든. 결론을 안 냈어.
이게 좀 이상하더라. 얘기를 꺼냈으면 뭐라도 나와야 될 것 같은데 그냥 끝나잖아.
근데 그게 맞는 것 같았어. 내가 본 건 앉아 계신 것뿐이니까.
며칠 뒤에 그 앞을 또 지나갔거든. 그 벤치가 비어 있더라.
당연히 비어 있는 건데 나는 그것도 한참 봤다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원래 아는 게 없거든. 근데 모르는 걸 모르는 채로 두는 건 또 다른 일이더라.
뭐라도 갖다 붙이고 싶어지잖아. 그래야 얘기가 끝나니까.
그 장면은 아직도 안 잊히는데 나는 아직도 뭐였는지 모른다니까. 그냥 그렇게 두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