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중학교 때 짝이 꿈에 나왔어요. 십몇 년 동안 한 번도 떠올린 적 없는 얼굴이었지요.
꿈속에서 그 애는 예전 그 필통을 그대로 들고 있었어요. 깨어나서도 필통이 하늘색이었다는 것까지 생생하더라고요.
아침 내내 그게 궁금했어요.
요즘 그 애를 생각할 일이 전혀 없었거든요. 소식을 들은 것도 아니고, 비슷한 사람을 본 것도 아니었지요. 그런데 왜 하필 어젯밤이었을까요. 이유를 찾으려 해도 찾아지지 않네요.
꿈에 나오니까 알게 됐어요.
잊은 줄 알았는데 어딘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거지요. 필통 색까지 남아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사실은 안쪽 어딘가에 다 접혀 있는 모양이에요.
잊었다고 여긴 얼굴은, 지워진 게 아니라 접혀 있었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그 애와는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멀어졌어요.
학년이 바뀌면서 반이 갈렸고, 그 뒤로 복도에서 몇 번 마주친 게 전부였지요. 싸운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게 흘러갔어요. 그게 이렇게 남아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점심때 그 애 이름을 검색해볼까 하다가 그만뒀어요.
찾으면 지금의 얼굴을 보게 되겠지요. 그럼 꿈속의 하늘색 필통은 조금 흐려질 것 같았어요. 그냥 그 기억을 그대로 두고 싶었네요.
그날 저녁 서랍을 정리하다가 중학교 졸업 앨범을 꺼냈어요.
그 애 사진 옆에 짧은 메모가 있더라고요. 잘 지내, 라는 서툰 글씨였어요.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받았던 말인데 이제 보니 꽤 다정한 인사였네요.
꿈에 오래된 사람이 나오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지요.
그래도 그건 그 사람이 내 안에 아직 자리를 갖고 있다는 뜻 같아요. 다시 만날 수 없어도 그 자리가 있다는 게 조금 따뜻하더라고요. 오늘 하루쯤은 그 얼굴을 조용히 떠올려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