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어요. 대기업에 다니며 승진도 빨랐던 친구지요.
카페에 앉아 얘기하는데 친구가 갑자기 말했어요. 너는 좋겠다, 저녁에 창가에서 차 마실 시간이 있잖아. 저는 순간 무슨 말인지 몰랐네요.
저는 늘 남을 부러워하던 쪽이었어요.
특히 그 친구를요. 좋은 회사, 빠른 승진, 넓은 집까지 다 가진 것 같았지요. 동창 모임에서 근황을 들을 때마다 작아지곤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저를 부러워한다니요.
대화하는 동안 친구 휴대폰이 계속 울렸어요.
회사 메시지였지요. 세어보니 일곱 번이었어요. 친구는 그때마다 화면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고요. 주말에도 저녁에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창가에서 차를 마실 시간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제야 알았어요.
내가 가진 평범한 저녁이, 누군가에게는 손에 닿지 않는 풍경일 수 있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었던 거예요.
저는 친구의 성취를, 친구는 제 여유를요. 각자 자기에게 없는 걸 보고 있었지요. 그러니 둘 다 조금씩 쓸쓸했던 거고요. 그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어요. 누구도 다 가진 사람은 없었던 거군요.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자기가 가진 건 잘 못 느끼고 없는 것만 크게 본다고 했대요.
제 저녁 시간이 그랬어요. 늘 있으니 당연했지요. 친구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그게 누군가에게 부러운 거라는 걸 몰랐네요.
헤어지기 전에 친구한테 말했어요.
다음에 우리 집 창가에 와서 차 마시자고요. 휴대폰은 꺼두고요. 친구가 웃으며 그러자고 했지요. 정말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약속만으로도 친구 얼굴이 조금 풀려 보였어요.
누군가에게는 내 평범한 저녁이 부러운 풍경일 수 있겠지요.
오늘은 내가 가진 작은 것들을 한 번 세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