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누가 그 일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꽤 많이 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제 이름이 한 번도 안 나오더라고요.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에요.
자기가 한 부분을 말한 거고 그건 사실입니다. 다만 제 몫을 빼놓았을 뿐이지요. 틀린 게 없으니 반박할 자리도 없는 셈이군요.
빼놓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서, 바로잡으려는 쪽이 오히려 옹졸해 보인다.
저도 했다고 말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안 나옵니다.
분위기를 깨는 것 같고, 공을 다투는 것처럼 보일까 봐서요. 그래서 웃으면서 듣고 있게 됩니다. 그러고 집에 와서 몇 시간을 생각하고요.
며칠 지나서 뭐가 그렇게 걸렸나 봤어요.
칭찬을 못 받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없는 사람이 된 게 걸린 거지요. 한 일이 사라지는 것보다 제가 사라지는 쪽이 더 크더라고요.
일부러 뺐다기보다 자기 기억대로 말한 걸 겁니다.
사람은 자기가 한 걸 크게 기억하니까요. 저도 어디선가 누구 몫을 빼고 말하고 있겠지요. 나쁜 마음 없이도 이런 일은 계속 생기는 겁니다.
그 자리 말고 나중에 둘이 있을 때 짧게 말했습니다.
그때 그거 저도 같이 한 거였다고요. 그 사람이 좀 놀라더니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다음번에 같은 얘기가 나왔을 때는 제 이름을 붙였고요.
말할 때 한 가지 조심한 게 있어요.
그 자리에서 왜 안 말했냐고는 안 물었습니다. 따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다음부터 붙여달라는 거였으니까요. 과거를 캐면 그 사람이 방어하게 되고, 방어하면 다음이 없어지고요.
짧게 사실만 놓는 게 제일 잘 통하더라고요.
억울한 건 이름이 아니라 없는 사람이 된 것 쪽인걸요.
그래서 조용히 한 번 말해두는 게 값을 합니다. 오늘 그런 자리에 앉아 계셨다면, 나중에 둘이 있을 때 한 줄만 말해보셔도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