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 혼자 기차를 탔어요. 두 시간쯤 걸리는 가까운 도시였지요.
딱히 할 일이 있어서 간 건 아니었어요. 그냥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싶었네요.
예매할 때 꼭 창가 자리를 골랐어요.
기차가 출발하고 도시를 벗어나자 창밖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지요. 아파트가 줄어들고 논밭이 나타났어요. 추수가 끝난 논에 볏짚이 동그랗게 말려 있었고요.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았어요.
혼자 여행하는 게 처음엔 좀 어색했어요.
같이 갈 사람이 없나 싶어 쓸쓸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막상 떠나보니 혼자라서 좋은 게 많더라고요. 누구한테 맞출 필요 없이 원하는 만큼 창밖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말을 안 해도 되는 게 편했어요.
혼자 떠나는 여행은,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선물한다.
도착해서도 특별한 걸 하지 않았어요.
역 근처 작은 골목을 걷고, 오래된 국숫집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었지요. 강가 벤치에 앉아 한참 물을 봤고요. 그게 다였어요. 그래도 하루가 꽉 찬 느낌이었네요.
돌아오는 기차에서 맞은편에 할머니 한 분이 앉으셨어요.
가방에서 귤을 꺼내시더니 하나를 제게 건네셨지요. 혼자 다니는 거 좋지, 하시면서요. 저는 네, 하고 귤을 받았어요. 그 뒤로 내릴 때까지 둘 다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봤네요. 그 침묵이 따뜻했어요.
돌아오는 길엔 해가 지고 있었어요.
창밖 들판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가 천천히 어두워졌지요. 기차 창에 제 얼굴이 비치기 시작했고요.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마음은 많이 쉬었더라고요.
혼자 떠난 기차에서 창밖만 보고 와도 그건 충분히 여행이겠지요.
가끔은 목적지 없이 창가 자리 하나 끊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