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보도블록 틈에 고인 물을 밟았어요. 왼쪽 신발 안으로 물이 스며들더라고요.
그날 하루는 그 왼쪽 양말 하나로 다 기울었네요. 회의에서 좀 날카롭게 말했고,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했어요.
돌이켜 보면 정말 별일이 아니었어요.
누가 다친 것도 아니고 뭘 잃어버린 것도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날은 큰일보다 작은 일이 더 오래 신경을 긁더라고요. 한쪽 발이 축축하다는 감각이 몇 시간 동안 계속 거기 있으니까요.
큰일은 한 번 크게 오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작은 불편은 조용히 계속 말을 걸지요. 걸을 때마다, 앉을 때마다 여기 젖었다고 알려주는 거예요. 쇼펜하우어도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네요. 몸이 멀쩡할 때는 모르다가 신발 속 돌멩이 하나에 온 신경이 쏠린다고요.
괜찮은 것은 느껴지지 않고, 불편한 것만 또렷하게 느껴진다.
맞는 말 같아요. 오른발이 뽀송했던 건 하루 종일 한 번도 생각 안 났거든요.
그날 저녁에 생각해보니 양말만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며칠째 잠을 설쳤고, 해야 할 일이 밀려 있었지요. 컵에 물이 이미 찰랑찰랑했는데 마지막 한 방울이 양말이었던 거군요. 그 한 방울이 넘친 게 억울했던 거고요.
점심때 같은 층 동료가 제 표정을 보더니 왜 그러냐고 물었어요.
양말이 젖었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서랍에서 새 양말을 한 켤레 꺼내줬네요. 비 오는 날 대비해서 늘 두고 다닌대요. 화장실에서 갈아 신는데 좀 우스우면서도 고맙더라고요.
양말 하나 바꿨을 뿐인데 오후는 조금 달랐어요.
밀린 일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요. 그래도 신경을 긁던 소리 하나가 멈추니까 나머지를 견딜 자리가 생기더라고요.
사소한 일에 하루가 무너지면 스스로가 한심해 보이지요.
그런데 그런 날은 대개 이미 많이 버티고 있던 날이에요. 무너진 게 약해서가 아니라 오래 들고 있어서겠지요. 그러니 큰 걸 해결하려 애쓰기 전에 마른 양말부터 신어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