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모임이 길어지고 있었어요. 열 시가 넘었는데 다들 2차 얘기를 하고 있었지요.
저는 화장실에 가는 척 가방을 들고 나왔어요. 그리고 그대로 지하철역까지 걸어갔네요. 단톡방에 다인 어디 갔어? 가 올라오기까지 사십 분이 걸렸어요.
인사하고 나오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먼저 간다고 하면 분위기가 깨질 것 같지요. 왜 벌써 가냐고, 조금만 더 있다 가라고 붙잡을 것도 같고요. 그 말들을 듣는 게 버거워서 그냥 조용히 나와버려요. 그게 더 편하더라고요.
사실 모임이 싫은 건 아니에요.
친구들이 좋고, 같이 웃는 시간도 즐겁지요. 다만 어느 순간 힘이 다하는 때가 있어요. 사람들 목소리가 멀게 들리고 웃음이 얼굴에서 굳어가는 순간이요. 그때가 되면 조용히 혼자가 되고 싶어져요.
조용히 먼저 빠져나오는 사람은, 그 자리가 싫어서가 아니라 남은 힘을 아끼려는 것이다.
사십 분 뒤에야 누가 저를 찾았어요.
처음엔 조금 서운했지요. 그렇게 늦게 알아챘나 싶어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다행이기도 했어요. 제가 빠진 뒤에도 다들 즐겁게 놀고 있었다는 거니까요. 제가 없어도 그 자리는 잘 굴러갔던 거군요.
먼저 들어가서 미안, 하고 답장을 보냈어요.
친구가 바로 답했지요. 알아, 너 원래 그러잖아, 조심히 가. 그 말이 이상하게 고마웠어요. 친구들은 제 그런 버릇을 이미 알고 받아주고 있었던 거예요.
쇼펜하우어는 혼자 있는 시간이 사람을 회복시킨다고 했대요.
모임에서 빠져나오는 저도 결국 그 시간이 필요했던 거겠지요. 다만 다음엔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요.
먼저 빠져나오는 건 그 자리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 힘이 다해서겠지요.
다음엔 작게라도 먼저 간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나와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