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리에 없는 사람 얘기를 길게 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컵을 세 번 들었다 놨다 했네요. 마실 것도 없었는데요.
맞장구를 치면 저도 그 말에 들어가는 게 됩니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면 분위기가 굳고요. 그 사람과 제가 그렇게 편한 사이도 아니면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게 되네요.
침묵은 중립처럼 보이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한쪽으로 기울어 보인다.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좀 편한 정리였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다 듣고 있었고, 말하는 쪽은 제가 반대하지 않는다고 읽었을 겁니다. 안 했다는 게 편들어준 게 아니라는 보장은 없는 셈이군요.
그 사람을 나쁘게만 보기도 어렵더라고요.
어디서 힘든 일이 있었을 거고 그걸 어디든 풀어야 했겠지요. 다만 푸는 방법이 그거였던 거고요. 이해는 가는데 듣는 자리는 여전히 불편합니다.
요즘은 반박 대신 다른 걸 해봅니다.
말이 길어지면 다른 얘기를 하나 꺼내요.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동의하는 것도 아니게 그냥 옮기는 거지요. 어색하게 끊는 것보다 이쪽이 자리를 덜 상하게 하더라고요.
가끔은 한 줄만 붙입니다.
그 사람도 사정이 있었겠지, 정도로요. 반박은 아니라서 분위기가 안 굳는데 말하는 쪽은 한 번 멈추게 됩니다. 그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인 것 같아요.
이런 자리에 앉아 있으면 꼭 그 생각이 듭니다.
제 얘기도 어딘가에서 이렇게 오가고 있겠지요. 그때 누군가 한 줄만 붙여준다면 저는 그게 고마울 겁니다. 그러니 그 한 줄은 해두는 게 맞겠고요.
오늘 그런 자리에 앉아 계셨다면, 다음번에는 짧은 한마디만 준비해두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