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를 놓친 밤에 택시를 탔어요. 주소를 말하고 나서는 둘 다 아무 말이 없었지요.
기사님 라디오에서 오래된 가요가 작게 흘러나왔어요. 창밖으로 젖은 도로의 불빛이 길게 번지고 있었네요.
타자마자 잠깐 고민했어요.
뭐라도 말을 걸어야 하나, 늦게까지 고생하신다고 해야 하나 싶었지요. 그런데 기사님도 별말이 없으셨어요. 그래서 그냥 창밖을 봤어요. 침묵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편하더라고요.
라디오가 그 사이를 채워줬어요.
사연을 읽는 진행자 목소리,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 같은 것들이요. 둘 다 그걸 듣고 있으니 말을 안 해도 같이 뭔가를 하는 느낌이었지요. 한 번은 사연이 웃겨서 기사님과 제가 거의 동시에 작게 웃었네요.
같은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말이 없어도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 된다.
생각해보면 기사님도 늦은 밤까지 일하고 계셨던 거지요.
저도 지쳐 있었고요. 서로 지친 걸 아는 사람끼리는 말을 안 거는 게 예의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억지로 대화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사이요. 그게 이 밤에는 꽤 고마웠어요.
조용히 창밖을 보니 평소엔 안 보이던 게 보였어요.
불 꺼진 가게들, 혼자 걸어가는 사람, 편의점 앞에서 우산을 털고 있는 학생이요. 다들 각자의 밤을 보내고 있었지요. 택시 안에서 그걸 지나치며 보니 도시가 조금 쓸쓸하면서도 다정해 보이더라고요.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기사님이 라디오 소리를 조금 줄이셨어요.
그리고 조심히 들어가요, 한마디만 하셨지요. 그 길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신 말이었어요. 그런데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네요. 말이 적었던 만큼 무게가 있었던 거겠지요.
말을 안 하면 서먹하다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런데 아무 말 없이 같은 길을 같이 가주는 것도 꽤 다정한 동행 같아요. 지친 밤엔 굳이 말을 고르지 않아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