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시장에 반찬 사러 갔거든. 엄마 단골 반찬가게.
사장님이 엄마를 보시더니 반가워하셨어. 오랜만이라고.
엄마가 멸치볶음이랑 콩자반을 고르셨어. 늘 사시는 거.
사장님이 반찬 담으시면서 엄마한테 물으셨어. 요새 얼굴이 좀 안 좋아 보인다고.
엄마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남편이 요새 주식 때문에 좀 그래서요.
사장님이 담던 손을 멈추셨어. 그리고 그러셨어. 우리 집 양반도 그래요.
두 분이 잠깐 서로 보셨어. 아무 말 없이.
칼손 같은 걸 겪는 거 서로 알아본 거네.
사장님이 반찬을 다 담으시고 봉지를 하나 더 주셨어. 덤이래.
평소에도 덤을 주시는데 이번엔 두 배였어. 그리고 엄마가 한 번도 안 사신 장조림이었어. 제일 비싼 거.
엄마가 너무 많다고 사양하셨는데 사장님이 그냥 가져가래.
봉지에 매직으로 뭐가 적혀 있었어. "힘내요."
시장에서 나오면서 엄마가 그 봉지를 한참 보셨어.
그러시더니 그러셨어. 저 사장님도 힘드실 텐데.
엄마 눈이 좀 빨갰어. 나는 모른 척했어. 대신 엄마 장바구니를 들어드렸어.
불나방 장조림에 힘내요라니. 사장님 멋있다.
그날 저녁에 아빠가 장조림을 드시면서 맛있다고 하셨어. 처음 보는 반찬이라고.
엄마가 반찬가게 얘기를 해드렸어. 사장님네도 그렇다고.
아빠가 젓가락을 멈추시더니 그러셨어. 다음엔 내가 가서 사야겠다고. 사장님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다고.
그 주말에 아빠가 진짜 반찬가게에 가셨대. 혼자서.
장조림을 사시면서 사장님한테 고맙다고 하셨대. 사장님이 처음엔 누군지 모르셨다가 엄마 남편이라니까 웃으셨대.
그리고 두 분이 한참 얘기를 하셨대. 반찬가게 앞에 서서. 아빠가 집에 와서 그러셨어. 사장님네 남편분이랑 언제 같이 등산 가기로 했다고.
반찬 한 통이 아빠 친구까지 데려온 거야.
나는 그날 반찬 한 통이 이렇게 큰 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
같은 걸 겪는 사람끼리는 길게 말 안 해도 되나 봐. 장조림 하나, 매직 글씨 하나면 다 전해지더라. 그 봉지는 엄마가 접어서 서랍에 넣어두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