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학부모 상담 때문에 학교에 오셨거든. 상담 끝나고 엄마가 그러셨어. 동아리방 보고 싶다고.
나는 좀 망설였어. 엄마한테 동아리방 보여주는 게 좀 창피했어.
근데 엄마가 계속 보고 싶다고 하셔서 데려갔어. 삼 층.
문 열고 들어가니까 다행히 애들은 없었어. 다들 학원 가는 날이었어.
엄마가 천천히 둘러보셨어. 담요 걸린 소파, 창가 선인장 두 개, 벽에 붙은 사진들.
단체티 사진, 더듬이 머리띠 사진, 칼손 눈 뜬 사진, 사진관 증명사진. 엄마가 하나씩 보셨어.
화이트보드 구석에 "오늘도 왔다"도 보셨어.
엄마가 선반 앞에서 멈추셨어. 머그컵 다섯 개.
빨간 거, 고양이 그림, 회색에 선인장 스티커, 노란 거, 그리고 흰 거.
엄마가 물으셨어. 흰 게 네 거냐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어. 엄마가 그 컵을 손가락으로 한 번 쓸으셨어. 아무 말 없이.
칼손 엄마가 부장 컵 쓸어보셨구나.
다 둘러보시고 엄마가 소파에 앉으셨어. 담요를 무릎에 덮으시고.
그리고 그러셨어. 여기 좋다고.
네가 저녁마다 얘기하던 데가 여기구나, 하셨어. 귤 껍질 얘기, 선인장 얘기, 다 여기였구나.
엄마 눈이 좀 빨갰어. 나는 모른 척했어.
생각해보면 엄마한테 동아리방을 보여준 건 내가 어디서 버티는지 보여준 거잖아.
집에서는 괜찮다고만 했는데, 여기 오면 내가 뭘 하는지 다 보이니까. 애들 옆에 앉아 있고, 같이 울고 웃고.
말로 안 해도 이 방이 다 말해준 거라니까. 엄마가 그걸 다 보신 거고.
돌부처 우리 할머니도 보여드리고 싶다.
엄마가 가시면서 화이트보드에 뭘 쓰고 가셨어. 다음 날 애들이 와서 발견했어.
"부장 친구들, 밥 잘 챙겨 먹어요."
다들 그거 보고 엄청 웃었어. 우리 방 말을 엄마가 아셨어. 불나방이 그 글씨를 지우지 말자고 했어. 후배 한 줄 옆에 엄마 한 줄.
너도 네가 버티는 자리가 있으면 부모님한테 한번 보여드려봐. 창피해도.
말로 못 한 게 그 자리에 다 있을 거라니까. 동아리방 화이트보드엔 이제 엄마 글씨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