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들어오는데 이웃분이 큰 짐을 혼자 들고 계시더라고요. 계단참에서 한 번 내려놓고 손을 바꿔 잡으시더라고요.
저는 몇 걸음 뒤에서 망설이고 있었네요.
도와드릴까 하는 말이 입에서 안 나갔어요.
괜히 나섰다가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닐까, 혼자 하시는 게 편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재는 사이에 그분은 이미 몇 계단을 올라가셨네요.
도움은 늦으면 도움이 아니게 된다. 재는 동안 이미 그 사람은 혼자 다 해버린다.
솔직히 그 마음도 있었어요.
괜찮다고 하시면 그다음이 좀 머쓱하지요. 그 머쓱함을 피하려고 안 물어본 겁니다. 그러니까 상대를 배려한 게 아니라 제 쪽이 편한 걸 고른 셈이군요.
결국 아무것도 안 하고 뒤따라 올라갔는걸요.
문 앞에서 마주쳐서 인사만 했어요. 그분은 웃으시고 들어가셨고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저는 그날 밤에 그게 좀 걸리네요.
며칠 생각해보니 물어보는 쪽이 나았겠더라고요.
괜찮다고 하시면 그걸로 끝이고, 그것도 그분이 고르신 거니까요. 안 물어보면 고를 기회 자체가 없는 셈이군요. 제가 대신 정해드린 셈이지요.
그래서 다음을 위해 문장을 하나 정해뒀어요.
하나 들어드릴까요, 정도로요. 다 들어드린다고 하면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서 하나만이라고 붙였어요. 거절도 쉽게 하실 수 있는 크기로요.
얼마 뒤에 비슷한 상황이 또 있었어요.
이번에는 물어봤네요.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상한 대로였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 무겁더라고요. 물어봤다는 걸로 제 몫은 끝난 거지요.
망설였다는 건 그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는 뜻이겠지요.
아예 안 보였으면 망설일 일도 없는걸요. 오늘 도와드릴까 하다 마셨다면, 다음번에는 짧은 한마디만 준비해두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