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장을 정리하다가 맨 아래 칸을 봤습니다. 두 켤레만 먼지가 다르게 앉아 있네요.
몇 년째 한 번도 안 꺼낸 것들이에요.
발이 불편해서 안 신는 겁니다.
이유가 명확하니까 버리면 되는데 손이 안 가더라고요. 신발장은 좁고 자리는 아깝고요. 그런데도 몇 번을 정리하면서 그 두 켤레만 남겨뒀습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하는 물건은 대개 쓸모가 아니라 기억을 담고 있다.
꺼내서 보니까 어디서 언제 산 건지가 떠올랐어요.
그 무렵에 제가 어땠는지도 같이 오고요. 신발은 그대로인데 그때의 저는 지금과 꽤 다릅니다. 버리는 게 신발만 버리는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셈이군요.
또 하나는 이겁니다.
혹시 어디 갈 일이 생기면 신을 것 같은 겁니다. 그런 일이 몇 년 동안 없었는데도요. 남겨두면 그럴 자리가 아직 있는 셈이 되고, 버리면 그런 자리는 없다고 인정하는 게 되는걸요.
이번에는 두 켤레 중 하나만 버렸어요.
둘 다 버리려니 마음이 안 따라와서 절반만 했습니다. 남은 하나는 앞으로 옮겨서 눈에 보이게 뒀고요. 보이면 신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해봤습니다.
전부 정리하는 것보다 이 편이 저한테는 맞더라고요.
물론 물건이 자리를 차지하면 값을 치릅니다.
문 열 때마다 보이고, 볼 때마다 아주 잠깐 걸리고요. 그 작은 걸림이 쌓이면 정리 못 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됩니다. 그건 물건이 주는 게 아니라 제가 저한테 매기는 점수겠지요.
안 쓰는 물건이 아무 일도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시절이 있었다는 걸 붙잡아두는 일은 하고 있는걸요. 오늘 현관에 몇 년째 그대로인 게 있으시면, 그중 하나만 정리하셔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