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 신는 구두 굽이 많이 닳았어요. 걸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나기 시작했지요.
새로 살까 하다가 역 앞 작은 구두 수선집에 들렀어요. 한 평 남짓한 부스였네요. 아저씨 한 분이 앞치마를 두르고 계셨어요.
아저씨가 제 구두를 뒤집어 보셨어요.
그러더니 말씀하셨지요. 오른쪽으로 기울게 걸으시네. 저는 몰랐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늘 오른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다녔더라고요. 몇 년 동안의 그 버릇이 구두 굽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거예요.
굽을 가는 동안 작은 의자에 앉아 기다렸어요.
아저씨 손이 빨랐지요. 낡은 굽을 떼어내고 새 굽을 대고 망치로 탁탁 두드리셨어요. 부스 안엔 가죽 냄새와 본드 냄새가 섞여 있었고요. 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작게 흘러나왔네요.
닳은 구두 굽에는, 내가 어떻게 걸어왔는지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일하시면서 아저씨가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여기서 구두를 고친 지 삼십 년이 넘으셨대요. 요즘은 구두 고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요. 다들 새로 사는 게 편하니까요. 그래도 오래 신던 신발을 들고 오는 단골들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분들 덕분에 버틴다고 웃으셨어요.
새 굽을 단 구두를 신어봤어요.
발에 익숙한 그 구두 그대로인데 걸음이 가벼워졌지요. 새 구두였으면 발이 아프고 길들이는 데 한참 걸렸을 거예요. 고쳐 신으니 익숙함은 그대로고 불편함만 사라졌네요.
그날 이후로 가방을 가끔 왼쪽으로 바꿔 메요.
아저씨 말이 계속 생각나서요.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걸 구두가 알려준 셈이지요. 신발 하나가 제 걸음을 다시 보게 해줬어요.
닳은 굽에는 내가 걸어온 길의 버릇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요.
버리기 전에 한 번쯤 고쳐 신어보는 것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