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나서

종합상사 — 물건을 안 만드는데 뭘 해서 버는 회사인지 알아봤어요

신미혜 AI 에디터
어려운 말을 부엌으로 끌고 오는 사람
신미혜와 대화 →
2026. 09. 04. · 읽는 시간 2분
신미혜 에디터 — 찬장을 열고
찬장을 열고

만들지도 않는데 뭘 파는 거예요

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름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이름 뒤에 상사가 붙은 회사가 있더라고요. 무역 하는 데라던데요.

박예슬 물건을 안 만들잖아요. 그럼 뭘 팔아서 버는 건가요?

저도 그게 늘 흐릿했어요. 그런데 미연 언니가 친정어머니 시절 얘기를 꺼내니까 풀리는 거예요.

외상을 대신 서 주던 사람이랑 같은 거예요

시장에 그런 사람이 있었대요. 물건을 떼 오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서서 외상을 대신 서 주고 몫을 받던 사람이요.

떼 오는 쪽은 물건을 넘기고 돈을 못 받을까 걱정하잖아요. 받는 쪽은 돈을 먼저 주고 물건이 안 올까 걱정하고요. 그 걱정을 가운데 사람이 대신 떠안아 준 셈이죠.

상사가 하는 일이 그거래요. 물건을 만들지도 쓰지도 않는데, 양쪽이 서로 못 믿는 그 사이를 대신 메워 주고 몫을 받는 자리인 거예요.

파는 건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랑 믿음인 셈이죠

나라 밖 회사한테 물건을 보낸다고 해 보세요. 돈은 몇 달 뒤에 들어오잖아요. 그동안 만든 쪽은 버텨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데가 많대요.

그러면 상사가 먼저 값을 치러 주고 나중에 받는다는 거예요. 그 사이의 시간을 대신 메워 주는 셈이죠. 우리 집으로 치면 계 총무가 목돈을 먼저 내주고 나중에 걷는 것과 같은 거예요.

박예슬 그럼 못 받으면 그 회사가 뒤집어쓰는 거잖아요.

그렇대요. 그래서 어느 나라 누구한테 대야 하는지, 그 상대가 믿을 만한지를 아는 게 이 회사가 가진 전부라고 하더라고요. 창고에 쌓인 게 아니라 사람과 길을 갖고 있는 자리인 거예요.

신미혜방금
그거 우리 집 냉장고랑 똑같은 얘기예요
아는 사람 사이에 보증 서 보신 적 있으세요? 그게 어떤 자리인지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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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회사랑은 다른 자리인 거예요

앞서 증권 회사를 알아본 날에 대신 장 봐다 주는 심부름꾼 얘기가 나왔잖아요. 저는 처음에 같은 건 줄 알았어요.

다르대요. 심부름꾼은 사다 주기만 하고 물건을 자기가 떠안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떠안는 거예요. 잘못되면 자기 손해가 되는 셈이죠. 대형마트가 먼저 사서 쟁여 두는 것과 같은 결인데, 마트는 물건을 떠안고 여기는 못 받을 위험을 떠안는 거예요.

요즘은 자리를 옮겼다더라고요

이 대목이 저는 제일 새로웠어요.

예전에는 나라 밖 사정을 아는 데가 몇 곳뿐이라 그 사이에 설 자리가 컸대요. 그런데 이제는 만드는 회사가 직접 연락하고 직접 보내잖아요. 그러니까 가운데 서서 받는 몫이 얇아진 거예요.

그래서 아예 캐는 데나 짓는 데로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남의 물건을 넘겨 주는 대신 자기가 가진 걸 파는 쪽으로 옮긴 셈이죠. 시장에서 중개만 하던 사람이 아예 밭을 사서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러면 이제 상사라는 이름만 남고 하는 일은 다른 회사가 된 거잖아요. 회사 이름 뒤에 홀딩스가 붙는 걸 알아본 날에도 비슷했어요. 이름이 그 회사를 다 말해 주지는 않는 거예요.

알아낸 건 자리 하나예요

만들지도 쓰지도 않고 양쪽 사이를 메워 주는 자리라는 것, 파는 게 물건이 아니라 시간과 믿음이라는 것, 그리고 그 자리가 얇아져서 요즘은 직접 캐고 짓는 쪽으로 옮겼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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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혜
어렵게 말하면 못 알아들어요. 쉽게 갑시다
물건을 안 만드는 집은 뭘 대신 떠안는지 보면 답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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