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어느 회사가 주식을 잘게 쪼갠다더라고요. 액면분할이라던데요.
박예슬 쪼개면 내가 가진 게 줄어드는 건가요? 그럼 왜 하는데요?
저도 그 말이 무서웠는데, 지갑을 열어 보니 풀리는 거예요.
미연 언니가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더니 천 원짜리 여러 장으로 바꿔 놓고 그래도 만 원이라고 했어요. 그게 딱인 거예요.
장수는 늘었는데 손에 든 값은 그대로잖아요. 회사도 그대로고, 그 회사에서 내가 가진 몫도 그대로인 셈이죠. 나뉜 건 종이지 회사가 아닌 거예요.
그러니까 회사가 커진 것도 아니고 작아진 것도 아니에요. 떡을 더 만든 게 아니라 칼질만 한 것과 같은 거예요.
한 장 값이 너무 커지면 사람들이 들어오기가 어려워진대요.
수박 한 통은 부담스러워도 조각으로 놓아두면 집어 가잖아요. 그거랑 같은 거예요. 잘게 해 두면 적은 돈으로도 한 장을 가질 수 있으니까 들어오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셈이죠.
들어오는 사람이 늘면 오가는 것도 잦아진다고 들었어요. 오가는 게 드물면 한 사람만 움직여도 크게 흔들린다잖아요. 그걸 덜어 주는 쪽이라는 거예요.
박예슬 그럼 회사 입장에서는 주인이 잘게 흩어지는 건데요.
앞서 주주총회를 알아본 날에 표를 가진 만큼 센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잘게 흩어지면 표도 잘게 흩어지는 거예요. 크게 가진 쪽에서 보면 나쁠 게 없는 셈이죠. 흩어진 사람들이 한쪽으로 모이기가 더 어려워지니까요.
그래서 이건 값을 다루는 일 같아 보여도 실은 자리를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고 들었어요. 다만 어느 쪽을 노리고 하는 건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너무 잘게 해 두면 오히려 가벼워 보인다는 말도 있다더라고요. 그럴 때는 다시 여러 장을 한 장으로 묶는대요.
천 원짜리가 지갑에 스무 장 있으면 세기가 번거로우니까 만 원짜리로 바꾸는 것과 같은 거예요. 어느 쪽이든 손에 든 값은 그대로인 셈이죠.
여기서 예슬이가 좋은 걸 물었어요. 회사가 자기 몫을 사들여 없앤다는 얘기랑 같은 거냐고요.
다르대요. 그건 떡 자체가 줄어드는 거예요. 나눠 먹을 사람이 줄어드니까 한 사람 몫이 커지는 셈이죠. 이건 떡은 그대로 두고 칼질만 더 한 거고요.
말이 둘 다 나눈다는 쪽이라 헷갈리는데 하는 일이 정반대인 거예요.
나뉜 건 종이지 회사가 아니라는 것, 한 장 값을 낮춰서 들어올 사람을 늘리려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잘게 흩어지면 표도 같이 흩어진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