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 씨가 화장품 상자 얘기를 꺼냈어요.
박예슬 약국에서 산 선크림이랑 언니가 백화점에서 산 크림을 나란히 놓고 봤거든요. 뒷면 회사 이름이 같아요. 값은 몇 배 차이 나는데요.
미연 언니가 남편한테 들은 걸 보탰어요.
강미연 로레알이래요. 마트용, 약국용, 백화점용, 미용실용 화장품 이름을 다 갖고 있대요.
알아보니 그런 거예요. 값과 파는 곳이 다른 화장품 이름을 층층이 거느리고, 손님 지갑마다 맞는 걸 내놓는 회사인 셈이죠.
부엌으로 옮기면 큰 국밥집 같은 거예요. 같은 육수를 끓여서 장터에선 국밥으로 싸게 팔고, 한정식 상에선 맑은 국으로 비싸게 내는 셈이죠. 육수 솜씨는 하나인데 그릇과 값이 다른 거예요.
로레알도 연구소에서 만든 솜씨를 여러 층 이름에 나눠 쓴다고 들었어요. 앞서 P&G를 알아본 날에 물건마다 이름을 따로 키운다고 했잖아요. 로레알은 그걸 값의 층으로 나눈 셈이죠. 그리고 앞서 LVMH를 알아본 날의 명품 쪽과도 겹치는 이름이 있대요.
박예슬 그렇게 다 갖고 있으면 뭐가 좋아요?
살림이 빠듯하면 백화점 크림 대신 약국 크림을 사잖아요. 그래도 둘 다 로레알이면 손님이 회사 밖으로 나가진 않는 셈이죠. 한정식 손님이 장터 국밥으로 옮겨도 같은 집 육수를 먹는 것과 같은 거예요. 예슬 씨 자매가 서로 다른 데서 샀는데 같은 회사였던 게 딱 그 모습인 셈이죠.
강미연 그리고 남편 말로는 앞서 얘기한 네슬레가 오래전부터 로레알의 큰 주주래요.
앞서 네슬레를 알아본 날에 분유부터 커피까지 판다고 했잖아요. 먹는 회사가 바르는 회사의 큰 몫을 쥔 셈이죠. 그리고 창업한 집안도 큰 몫을 쥐고 있다고 들었어요.
다만 화장품은 유행과 큰손 나라 손님 사정을 탄대요. 앞서 LVMH를 알아본 날에도 큰손 손님들이 지갑을 닫으면 흔들린다고 했잖아요. 얼마나 흔들릴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로레알은 마트부터 백화점까지 값이 다른 화장품 이름을 층층이 쥔 회사라는 것, 손님 지갑이 바뀌어도 회사 안에서 옮겨 간다는 것, 네슬레와 창업 집안이 큰 몫을 쥐고 있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