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화장대에서 통 두 개를 들고 왔어요.
강미연 딸이 그러는데 이름은 다른데 만든 데는 같은 경우가 많대요. 뒷면에 작게 적혀 있다더라고요.
박예슬 그럼 그 만든 회사는 자기 이름으로는 안 파나요? 그게 장사가 되나요?
저도 그 대목이 이상했어요. 그런데 살림으로 옮기니까 아주 익숙한 구조인 거예요.
시장에 반찬 대는 큰 집이 있잖아요. 거기서 만든 걸 여러 가게가 자기 이름표를 붙여서 파는 거요.
가게마다 이름도 다르고 통 모양도 다르지만 담근 데는 한 군데인 경우가 있어요. 반찬 만드는 집은 자기 간판으로 손님을 받지 않고 가게들한테만 대는 셈이죠.
화장품도 그렇대요. 코스맥스나 한국콜마 같은 데는 남의 이름으로 나갈 물건을 대신 만들어주는 자리인 거예요. 파는 이름은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처럼 우리가 아는 쪽이고요.
여기서 한 겹이 더 있어요. 그냥 시키는 대로 찍어주기만 하는 게 아니래요.
어떤 데는 "이런 걸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아서 배합까지 짜준다고 들었어요. 반찬집으로 치면 가게가 "매콤달콤한 무침 하나 만들어줘요" 하면 간까지 잡아서 내주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러면 가게는 부엌 없이도 반찬을 파는 셈이죠.
박예슬 그럼 새 브랜드가 자꾸 생기면 그 만드는 데가 바빠지는 건가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요새는 부엌 없이 이름만 걸고 시작하는 데가 많아서, 그런 데가 늘수록 대신 만들어주는 쪽 일감이 는다고 들었어요. 간판은 많아져도 부엌은 몇 군데인 거예요.
미연 언니가 통 두 개 뒷면을 나란히 대봤는데 만든 데가 같더라고요. 이름도 값도 다른 물건인데요.
저는 이게 나쁜 얘기로는 안 들렸어요. 같은 데서 만들었다고 같은 물건인 건 아니잖아요. 같은 반찬집에서 대도 가게마다 간을 다르게 시키니까요. 다만 이름값과 만든 자리는 다른 얘기라는 걸 알게 된 셈이죠.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파는 쪽은 광고하고 이름을 키우는 데 힘을 쓰고, 만드는 쪽은 부엌을 넓히는 데 힘을 쓴대요. 같은 화장품 회사라고 불려도 애쓰는 자리가 아주 다른 거예요.
화장품 회사가 파는 쪽과 만드는 쪽으로 나뉜다는 것, 만드는 쪽은 남의 이름으로 나갈 물건을 대신 짠다는 것, 새 이름이 늘수록 그 부엌이 바빠진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어느 쪽이 더 나은 자리인지, 얼마나 남기는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그 집 장부라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앞서 배터리 이야기에서도 앞쪽과 뒤쪽으로 갈렸잖아요. 한 묶음으로 불리는 이름들은 대개 어느 자리에 서 있느냐가 다른 말이에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