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화장대 서랍을 정리하다가 병을 나란히 세워 놓더라고요.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이게 다 아모레퍼시픽 거래요. 저는 다 다른 회사인 줄 알았어요.
앞에서 브랜드가 없는 화장품 회사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남의 브랜드를 대신 만들어 주는 데요. 아모레퍼시픽은 그 반대쪽이래요. 자기 브랜드를 여럿 가지고 직접 파는 데라던데요.
박예슬 브랜드를 왜 그렇게 여러 개로 나눠요? 하나로 하면 되잖아요.
친구 말로는 찾는 손님이 다르니까 간판을 나눈대요. 비싼 선물용으로 찾는 손님, 젊고 가볍게 쓰는 손님, 자연스러운 걸 찾는 손님. 같은 회사가 만들어도 이름을 달리 붙여야 그 손님들한테 각각 닿는다던데요.
신미혜 한 식당이 한정식집, 분식집, 샐러드집을 따로 차린 거예요. 부엌은 하나인데 간판이 셋인 셈이죠.
이 대목이 이 회사 뉴스의 핵심이래요.
몇 해 전까지 우리 화장품이 중국에서 크게 인기였대요. 그래서 이 회사도 중국 손님과 면세점 손님한테 많이 기댔대요. 앞에서 면세점 회사가 자리값을 낸다는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그 면세점에서 화장품이 많이 나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 뒤로 나라 사이 사정이 불편해지고 중국 쪽 자기 브랜드가 커지면서 그쪽 장사가 많이 줄었대요.
박예슬 그럼 한 나라에 기대면 그 나라 사정을 그대로 타는 거네요?
그렇대요. 그래서 이 회사 뉴스엔 늘 중국 얘기가 붙는다더라고요.
친구 말로는 요새 이 회사가 미국이나 일본 쪽 손님을 늘리려고 한대요. 다른 나라에서 잘 팔리는 우리 화장품 브랜드를 아예 식구로 들이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온라인으로 바로 파는 쪽도 키운다던데요.
그게 얼마나 자리를 잡을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가 한 회사라는 것, 손님마다 간판을 나눈다는 것, 한동안 중국과 면세점에 많이 기댔다는 것, 그래서 그쪽 사정을 탔다는 것, 이제 다른 나라로 넓힌다는 것.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이제 화장품 회사 이름을 들으면 먼저 물어봐요. 이 회사 손님은 어느 나라에 제일 많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