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름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CJ대한통운이라는 데가 자꾸 나오더라고요. 택배 회사라던데요.
그러자 예슬이가 상자에 붙은 종이를 떼더니 물었어요.
박예슬 갖다주는 건 기사님이잖아요. 그럼 회사는 그 사이에서 뭘 하는데요?
저도 그게 늘 흐릿했어요. 그런데 빨래로 옮기니까 풀리는 거예요.
빨래를 생각해 보세요. 세탁기 돌리는 건 금방이잖아요. 시간이 걸리는 건 그다음인 거예요. 마르고 나면 식구별로 갈라서 개어 놓아야 하잖아요.
택배도 그렇대요. 동네에서 물건을 모아다가 아주 큰 데로 보내고, 거기서 갈 곳별로 갈라 놓고, 다시 동네로 내려보내는 셈이죠.
그러니까 회사가 하는 일의 한복판은 가르는 자리인 거예요. 옮기는 건 그 앞뒤에 붙은 거고요.
강미연 그 큰 데를 밤새 돌린대요. 낮에 모아서 밤에 가른다더라고요.
가르는 게 일의 한복판이면 거기를 빠르게 하는 게 곧 돈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회사 얘기에는 창고에 기계를 놓는다는 말이 늘 같이 붙는대요. 사람이 손으로 나누던 걸 띠에 얹어 흘려보내고, 종이에 적힌 걸 기계가 읽어서 갈래를 잡는 거예요.
예슬이가 뗀 그 종이가 그거였어요. 거기 적힌 게 사람 읽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 기계가 읽으라고 있는 셈이죠.
박예슬 그럼 물량이 늘면 늘수록 좋은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래요. 가르는 자리는 크기가 정해져 있잖아요.
우리 집도 명절에 식구가 늘면 상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부엌이 모자라잖아요. 여기도 그런 거예요. 한꺼번에 몰리면 가르는 데가 막히고, 그러면 늦어지는 셈이죠.
명절 앞에 며칠씩 늦어지는 게 그래서라고 들었어요. 배가 갑자기 안 늘어나서 자리가 모자란다던 얘기를 앞서 알아본 적이 있는데, 여기도 같은 짜임인 거예요. 늘리려면 땅을 사고 건물을 올려야 하니까 몇 해가 걸리고요.
이 대목이 저는 새로웠어요.
우리 눈에는 무료배송이라고 적혀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공짜라는 뜻이 아니라 물건 파는 쪽이 낸다는 뜻인 거예요. 물건값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죠.
그러면 이 회사의 손님은 우리가 아니라 물건을 파는 데인 거잖아요. 그런데 그 파는 데 중에 아주 큰 몇 곳이 물량을 쥐고 있대요. 그래서 값을 올려 받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큰 손님이 몇 곳뿐인 자리는 늘 그렇다는 거예요.
앞서 배로 짐을 실어 나르는 회사가 뭘 하는지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같은 나르는 일인데 다르대요.
배는 큰 덩어리를 항구에서 항구로 옮기고 끝인 거예요. 여기는 마지막 한 집 문 앞까지 가야 하는 셈이죠. 그 마지막 구간이 제일 손이 많이 가고 값도 거기서 갈린다고 들었어요. 아예 자기 배송망을 직접 들고 있는 데도 있다던데, 그건 앞서 쿠팡을 알아본 날에 나온 얘기예요.
옮기는 일보다 가르는 일이 한복판이라는 것, 그래서 창고와 기계 얘기가 늘 같이 붙는다는 것, 그리고 값을 내는 쪽은 우리가 아니라 물건을 파는 데라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