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름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한국가스공사라는 데가 자꾸 나오더라고요.
그러자 예슬이가 가스 고지서를 들고 왔어요.
박예슬 그런데 우리 집 고지서에 적힌 건 그 이름이 아닌데요. 같은 회사가 아닌 건가요?
같은 데가 아니래요. 두 자리가 갈려 있는 셈이죠.
시장을 생각해 보세요. 큰 통으로 떼 오는 사람이 있고, 그걸 받아서 동네에서 됫박으로 나눠 파는 사람이 있잖아요.
가스도 그렇대요. 나라 밖에서 통째로 사 와서 큰 관으로 실어다 놓는 자리가 하나고, 그걸 받아서 집집마다 배관으로 넣어 주는 자리가 또 하나인 거예요. 고지서에 적힌 이름은 나눠 주는 쪽이고, 뉴스에 나오는 이름은 사 오는 쪽인 셈이죠.
그러니까 우리 집에 오는 가스는 손을 두 번 거쳐서 오는 거예요.
가스를 어떻게 실어 오느냐가 저는 신기했어요.
그냥은 부피가 커서 못 싣는대요. 그래서 아주 차게 해서 액체로 만든다는 거예요. 그러면 확 줄어들어서 실을 만해진다고 들었어요. 김치를 눌러 담으면 통 하나에 더 들어가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차가운 걸 실으려면 아무 배나 안 되잖아요. 앞서 배 만드는 회사를 알아본 날에 그 얘기가 나왔어요. 그 특별한 배를 짓는 데가 따로 있다고요. 여기서 두 얘기가 이어지는 셈이죠.
여기가 이 자리의 사정을 다 정하는 대목인 거예요.
우리한테 받는 요금은 이 회사가 정하는 게 아니래요. 정해 주는 데가 따로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밖에서 사 오는 값이 세져도 그날로 올려 받을 수가 없는 셈이죠.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사 온 값과 받은 값 사이에 벌어진 게 그대로 남는 거예요. 나중에 받기로 하고 장부에 적어 두는데, 그게 쌓이면 회사 살림이 눌린다고 들었어요.
앞서 한국전력을 알아본 얘기가 있었잖아요. 전기값을 자기가 못 정한다던 그 짜임이랑 똑같은 거예요. 파는 값은 정해 주고 사 오는 값은 밖에서 정해지는 자리인 셈이죠.
박예슬 그럼 잘하고 못하고보다 밖 사정에 매인 자리인 거잖아요.
또 하나 들은 게 있어요. 쓰는 철이 몰려 있다는 거예요. 추울 때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이건 쌀처럼 광에 쌓아 두는 물건이 아닌 거예요. 차게 해서 큰 통에 담아 둬야 하고 그 통도 한정돼 있다는 셈이죠.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사다 채워 두는데, 그때 값이 어떻든 사 놓아야 하는 자리라고 들었어요.
김장철에 배추를 안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거예요. 다만 지금 그 사정이 어떤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사 오는 자리와 나눠 주는 자리가 따로라는 것, 아주 차게 해서 배로 실어 온다는 것, 그리고 파는 값은 정해 주고 사 오는 값은 밖에서 정해져서 그 사이가 벌어진 채 쌓인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