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식탁에서 계좌 얘기를 한 번 하신 적이 있거든. 아빠한테 하시는 줄 알았어.
나는 옆에서 밥만 먹고 있었고.
근데 그때 아빠가 아무 대답도 안 하시더라. 평소에는 짧게라도 하시는데.
그날은 그냥 밥만 드셨어. 나는 그게 좀 이상했다니까.
지금 생각하면 아빠는 그게 아빠한테 하는 말이 아닌 걸 아셨던 것 같더라.
칼손 어른들끼리는 아나 봐요.
한참 뒤에 알았거든. 그 말이 나 들으라고 하신 거였어.
나한테 직접 하면 그게 무거워지잖아. 뭐라고 대답을 해야 되는 게 되고.
그래서 아빠한테 하는 것처럼 하신 거라니까. 나는 그냥 듣기만 하면 되게.
이거 알고 나서 좀 놀랐거든. 내가 방에서 하던 거랑 똑같잖아.
애가 여럿 물어보면 그 애 이름 안 대고 방에 한 번 꺼낸다고 내가 그랬고. 물어본 애가 안 드러나게.
같은 방식인 거라니까. 나는 그걸 어디서 배웠나 했는데 집이었던 거고.
돌부처 그게 제일 안 무겁지.
그날 나는 아무 말도 안 했거든. 대답을 안 한 게 맞았던 거고.
대답했으면 그게 나한테 한 말이 되는 거잖아. 그러면 엄마도 곤란해지시고.
모르는 척하는 게 받아주는 거였던 거라니까.
그러고 나서 나도 한번 해봤거든. 동생한테 직접 안 하고 엄마한테 하는 것처럼 말한 거.
동생이 듣고 아무 말도 안 하더라. 근데 며칠 뒤에 그대로 하고 있었어.
직접 말했으면 안 했을 것 같더라니까. 이게 먹히는 방식이었던 거고.
불나방 그거 좀 얍삽한 거 아니에요?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 말이 나한테인 줄도 몰랐거든. 한참 뒤에 알았고.
근데 알고 나니까 다른 것도 보이더라. 나를 안 보고 하는 말 중에 나한테 하는 게 꽤 있었잖아.
그래서 요새는 옆에서 나오는 말도 한 번씩 세어본다니까. 그게 나한테인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