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버스에서 나한테 말을 거셨던 아주머니를 또 만났거든. 같은 노선이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
나는 얼굴을 겨우 알아봤는데 그분은 바로 아시더라.
인사하시면서 우리 동아리 이름을 정확하게 말씀하시더라. 나는 그게 좀 놀라웠다니까.
두 정거장 얘기한 게 전부였잖아. 그 뒤로 몇 주가 지났고.
나는 그날 일을 거의 잊고 있었는데 그분은 들고 계셨던 거라니까.
불나방 아들 얘기 하신 분이요?
이번에도 아들 얘기를 하시더라. 요새 좀 말을 한다고 하셨어.
뭘 물어보신 건 없고 그냥 그 말씀만 하시고 내리셨다니까. 두 정거장 만에 또 끝난 거야.
나는 또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근데 이번에는 좀 다른 기분이었어.
그 몇 주 동안 나는 그 일을 아예 안 생각했거든. 그날 지나고 며칠 뒤에는 잊었어.
근데 그분은 계속 들고 계셨던 거잖아. 나한테는 두 정거장이었는데 그분한테는 아니었던 거고.
이게 좀 무겁게 느껴지더라. 내가 별로 안 한 게 남한테는 클 수도 있다는 거니까.
돌부처 받은 쪽이 오래 들지.
이거 생각하다가 방이 떠올랐거든. 내가 애들한테 한 말 중에 내가 잊은 게 얼마나 많겠냐.
나는 그냥 한 말인데 그 애는 들고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좋은 쪽으로든 아닌 쪽으로든.
말한 쪽은 잊고 들은 쪽은 남는 게 원래 그런 거라니까. 빌려주는 쪽이랑 빌리는 쪽 얘기랑 같은 거고.
그리고 다음에 또 만나면 이번엔 내가 먼저 아들 얘기를 물어볼 거라니까. 그건 내가 들고 있으려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내가 한 말도 잘 기억 못 하거든. 세보고 나서야 뭘 많이 하는지 알았잖아.
근데 남이 들고 있을 수 있다는 건 이제 아니까 좀 조심하게 되더라.
그래서 안 좋은 말은 더 안 하려고 한다니까. 나는 잊어도 그 애는 안 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