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인사하던 이웃 아주머니를 아파트 앞에서 만났거든. 근데 그냥 지나가시더라.
통화를 하고 계셨어. 나는 인사하려다 말았다니까.
그런데 눈이 마주친 것 같았거든. 확실하지는 않은데 그런 느낌이었어.
마주쳤는데도 그냥 지나가신 거잖아. 나는 그게 좀 이상했어.
통화 내용은 몇 마디만 들렸는데 계좌 얘기 같더라. 목소리가 낮았고.
칼손 통화 중이면 그럴 수 있죠.
집에 와서 생각하니까 못 보신 게 아닐 수도 있겠더라. 못 본 척하신 거일 수도 있잖아.
그 통화를 하고 계신 걸 나한테 보이기 싫으셨을 수도 있고. 목소리가 낮아지고 있었으니까.
인사를 받으면 통화를 끊거나 소리를 내야 되는 거잖아. 그게 싫으셨던 거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러고 나서 나도 그런 적이 있다는 게 떠올랐거든. 아는 애를 못 본 척하고 지나간 적.
그날 내가 좀 그랬으니까 그랬던 거잖아. 그 애가 싫어서가 아니었고.
그러니까 못 본 척하는 게 나쁜 게 아닐 수도 있는 거라니까. 그냥 지금은 아니라는 표시인 거고.
돌부처 못 본 척도 하나의 인사지.
며칠 뒤에 엘리베이터에서 또 만났거든. 그때는 평소처럼 인사하시더라.
나는 그날 얘기를 안 했어. 그때 저 봤냐고 물으면 그게 이상해지잖아.
물으면 대답을 만들어내셔야 되는 거고. 그건 안 물어보는 게 맞더라.
그리고 방에서도 애가 나를 못 본 척하면 나도 아는 척 안 한다니까. 그날은 그러라고 두는 거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날 못 보신 건지 안 보신 건지 아직도 모르거든. 앞으로도 모를 거고.
근데 둘 중 뭐든 상관없더라. 며칠 뒤에 평소처럼 인사하셨으니까 그걸로 된 거잖아.
한 번 못 본 척한 걸로 뭘 정하지 않는 게 맞는 거라니까. 두 번 보기 전에는 안 정하기로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