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불나방이 동아리방에 들어오면서 그러더라.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자기가 산대.
다들 놀랐어. 불나방은 늘 얻어먹는 쪽이거든.
왜 사냐고 물었더니 그냥 배고파서래.
불나방 그냥 배고파서. 묻지 마.
분식집에 가서도 계속 물어봤어. 무슨 일 있냐고, 생일이냐고.
불나방은 끝까지 그냥이래. 배고파서래.
근데 이상하게 불나방은 제일 조금 먹었어. 배고프다던 애가. 우리 접시에 떡을 계속 덜어줬어.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안 물어봤어.
며칠 뒤에 불나방이 나한테만 살짝 말해줬어. 그날 좋은 날이었대.
진짜 오랜만에. 근데 그걸 말하기가 싫었대.
왜냐고 물었더니 그러더라. 그날 칼손은 안 좋았거든. 자기가 좋다고 하면 칼손이 더 힘들 것 같았대.
그래서 말 안 하고 떡볶이만 샀대. 좋은 걸 나누고 싶은데 티는 안 내고 싶어서.
칼손 나중에 들었어. 그날 떡볶이 진짜 맛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좋은 일은 원래 자랑하고 싶잖아. 누구한테든 말하고 싶고.
근데 우리 방에서는 그게 좀 조심스러워. 누구는 좋은 날이 누구한테는 안 좋은 날일 수 있거든.
불나방은 그걸 알았던 거야. 그래서 말 대신 떡볶이로 나눈 거라니까.
좋은 기분은 나누고, 좋은 이유는 숨기고. 그게 불나방 방식이었어.
예전에 누가 동아리방에서 계좌 화면을 자랑했을 때 방 공기가 이상해졌던 적이 있어. 그때 불나방이 제일 먼저 조용해졌었지.
그래서 불나방은 그 기분을 알았던 거야. 남의 좋은 날이 나한테 어떻게 들리는지.
그러니까 자기 좋은 날엔 그 반대로 한 거고. 아무도 안 아프게 나누는 법.
돌부처 떡볶이가 제일 좋은 말이야.
너도 좋은 일이 생겼는데 옆 사람이 안 좋아 보이면 떡볶이 한번 사봐. 이유는 말 안 해도 돼.
좋은 기분은 그렇게도 나눠진다니까. 동아리방 애들은 그날 떡볶이 맛 아직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