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랑 방을 같이 쓰거든. 몇 년째 그래.
싸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은근히 있다니까.
처음엔 물건 때문에 싸우는 줄 알았거든. 뭘 썼네 안 썼네 하니까.
근데 잘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물건은 핑계고 선을 넘었을 때 싸우는 거였어.
바닥에 아무 표시도 없는데 둘 다 넘어가면 안 되는 선을 알고 있다니까. 그게 좀 신기해.
불나방 저희는 방 따로 써서 몰라요.
세보니까 싸우는 날은 선이 흐린 날이더라. 청소하고 나서라든가 뭘 새로 들여놨을 때.
선이 확실하면 안 싸운다니까. 넘을지 말지를 안 고민해도 되니까.
애매하면 서로 다르게 알고 있는 거잖아. 그때 부딪히는 거고.
한번은 동생이랑 앉아서 그냥 정해버렸거든. 여기까지가 네 거고 여기부터 내 거라고.
좀 유치한가 싶었는데 그 뒤로 확 줄었다니까. 정하고 나니까 싸울 게 없어.
그리고 정해놓으면 빌리는 것도 쉬워지더라. 남의 거니까 물어보게 되잖아.
돌부처 정해놓는 게 편하지.
동아리방도 똑같은 게 있거든. 누구 자리라고 정해진 게 없으면 은근히 신경전이 있어.
정해놓으면 오히려 편하게 앉는다니까. 자기 자리가 있으니까 남의 자리도 인정하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방에 자리를 대충 정해둔다. 정해놓고 바꾸는 건 되는데 아예 없으면 안 되더라.
그리고 정한 걸 가끔 다시 본다니까. 몇 달 지나면 안 맞는 데가 생기더라.
한 번 정하고 안 고치면 그것도 또 싸울 거리가 되는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사이 일도 계속 배우는 중이거든. 선을 긋는 게 나쁜 건 줄 알았어.
정 없어 보이잖아. 근데 반대더라.
선이 없으면 매번 새로 정해야 되니까 매번 부딪히는 거라니까. 있으면 그냥 넘어가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