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를 꺼냈는데 단추 하나가 덜렁거리다 떨어졌어요. 지난겨울부터 위태롭던 단추였지요.
서랍에서 반짇고리를 꺼냈어요. 엄마가 독립할 때 챙겨주신 작은 통이었네요. 몇 년 만에 처음 여는 것 같았어요.
바늘귀에 실을 꿰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실 끝이 자꾸 갈라져서 들어가지 않았지요. 다섯 번을 실패했어요. 눈을 찡그리고 손을 떨면서 한참 씨름했네요. 그러다 문득 엄마가 하던 게 떠올랐어요.
엄마는 실 끝을 입술에 살짝 적셔서 뾰족하게 만들었어요.
어릴 때 옆에서 그걸 수없이 봤지요. 저도 그렇게 해봤어요. 그랬더니 한 번에 쏙 들어가더라고요. 혼자 웃음이 났어요. 몸이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예요.
오래 지켜본 손길은, 내가 모르는 사이 내 손에 옮겨 와 있다.
단추를 다는 동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어요.
구멍 네 개를 번갈아 꿰고, 실을 단단히 당기고요. 엄마는 늘 마지막에 단추 밑을 실로 몇 바퀴 감아 기둥을 만들었지요. 그래야 오래 간다고요. 저도 그렇게 감았어요.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네요.
다 달고 나니 매듭이 좀 삐뚤었어요.
엄마 솜씨에 비하면 한참 서툴렀지요. 그래도 단추는 단단히 붙어 있었어요. 외투를 입고 단추를 채워보니 괜히 뿌듯하더라고요. 작은 걸 하나 고쳤을 뿐인데요.
단추를 다 달고 반짇고리를 다시 들여다봤어요.
색색의 실, 크기가 다른 바늘 몇 개, 그리고 여분 단추들이 들어 있었지요. 엄마가 하나하나 골라 넣어주신 거였어요. 독립할 땐 이런 걸 언제 쓰나 했는데요. 몇 년 만에 처음 열어보고 나서야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보이더라고요.
단추 단 사진을 엄마한테 보냈어요.
엄마가 바로 답장을 하셨지요. 기둥 감은 것 봐라, 제법이네. 사진만 보고 그걸 알아보셨어요. 그 한마디에 하루가 따뜻해졌네요.
떨어진 단추를 다는 동안 누군가의 손길이 떠오르는 건 그 손이 내 안에 남아 있어서겠지요.
오늘은 미뤄둔 단추 하나 달아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