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댁에 갔다가 할머니 따라 경로당에 갔거든. 할머니가 거기 친구분들이 계신대.
경로당에 할머니들이 다섯 분쯤 계셨어. 바닥에 둘러앉아서 화투를 치고 계셨어.
나는 구석에 앉아서 귤 까면서 구경했어.
처음엔 화투 얘기만 하셨어. 누가 이겼다, 누가 졌다.
근데 어느 순간 한 할머니가 그러셨어. 우리 손주가 요새 주식을 한대.
그 말에 다른 할머니들이 다 화투패를 내려놓으셨어. 우리 손주도 한다, 우리 손녀도 한다.
다 손주 얘기였어. 할머니들 자기 얘기는 하나도 없었어.
칼손 할머니들은 자기 거 말고 손주 걱정이네.
그중에 한 할머니가 계속 화투패만 섞으셨어.
손주가 요새 밥을 잘 안 먹는다고, 전화하면 목소리가 힘이 없다고 하시면서.
패를 섞고, 또 섞고. 한 판도 안 치셨어. 계속 같은 순서로 섞기만 하셨어.
다른 할머니들이 그 할머니 손을 보시더니 아무 말 안 하셨어. 그냥 다 같이 패를 내려놓고 계셨어.
그때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 걱정한다고 손주한테 다 말하지 말라고.
손주도 할머니 걱정할까 봐 말 안 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할머니는 그냥 밥 먹었냐고만 물어보라고.
다른 할머니들이 고개를 끄덕이셨어. 화투패 섞던 할머니도 손을 멈추셨어.
나는 그 말이 좀 놀라웠어. 우리 동아리방에서 하는 말이랑 똑같았거든.
돌부처 밥 먹었냐가 어디서나 통하네.
그 얘기가 끝나고 할머니들이 다시 화투를 치셨어. 아까보다 더 크게 웃으시면서.
패 섞던 할머니가 첫 판을 이기셨어. 다들 박수 치셨어.
집에 오는 길에 할머니한테 물어봤어. 할머니는 내 걱정 하시냐고.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너는 밥만 잘 먹으면 된다고. 그 말이 다였어. 근데 그게 할머니 걱정 전부라는 걸 알 것 같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