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본 사람인데 그날 처음 보는 얼굴이 나왔습니다.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걸 옆에서 들었어요.
말투도 다르고 표정도 다르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저는 그 사람의 한 면만 보고 있었네요.
저한테 보이는 쪽만요. 다른 자리에서 어떤지는 본 적이 없는걸요. 몇 년을 봤다고 다 아는 게 아니었던 셈이군요.
우리가 아는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앞에 있을 때의 그 사람이다.
처음엔 좀 이상했는데 나쁜 감정은 아니었어요.
숨기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자리가 다르면 다른 얼굴이 나오는 건 저도 마찬가지겠지요. 다만 그동안 제가 좀 좁게 보고 있었던 겁니다.
이상하게 그 뒤로 그 사람이 좀 다르게 보이네요.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게 확인되니까요. 다 안다고 생각할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궁금하고요. 오래 본 사이에서 이런 게 생기는 게 반갑더라고요.
반대쪽도 있겠지요.
그 사람도 저의 한 면만 보고 있을 거고요. 제가 다른 자리에서 어떤지는 모를 테고요. 서로 반쯤만 알면서 몇 년을 지낸 셈이네요.
그래서 요즘은 그 사람한테 예전 얘기를 좀 물어봅니다.
제가 만나기 전의 시간이요. 몇 년을 봤는데 그 앞의 얘기는 거의 안 들었더라고요. 물어보니까 처음 듣는 게 계속 나오는걸요.
한 가지 조심하게 된 게 있어요.
내가 그 사람 잘 안다는 말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해두면 그다음부터 다른 면이 나올 때마다 어긋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안다고 정해두지 않으면 새로 나와도 그냥 하나 더 아는 게 됩니다.
말 하나 안 하는 걸로 여유가 좀 생기더라고요.
다 안다고 생각한 사람한테도 안 본 면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관계가 안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오늘 아는 사람의 낯선 얼굴을 보셨다면, 그건 나쁜 신호가 아닌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