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경비실에 작은 티비가 하나 있거든.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늘 지나가.
오후에 지나가면 그 티비가 늘 같은 채널이더라. 뉴스 채널.
화면 아래에 빨간 거 파란 거 숫자가 지나가는 그거. 나는 뭔지 모르는데 동아리방 애들 폰에서 본 색이야.
경비 아저씨가 그걸 보고 계시다가 주민이 지나가면 리모컨으로 소리를 줄이시거든.
한 칸씩.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한 칸. 그리고 지나가면 다시 올리셔.
처음엔 몰랐는데 몇 번 보니까 알겠더라. 남한테 들리는 게 좀 민망하신 거야.
칼손 나도 지하철에서 소리 줄여.
그거 보고 나서부터 인사를 하게 됐어. 안녕하세요, 하고.
아저씨가 처음엔 좀 놀라시더라. 근데 며칠 지나니까 먼저 손을 들어주셨어.
한번은 아저씨가 티비를 가리키면서 그러셨거든. 요새 이거 보면 머리가 아프다고.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웃었어. 아저씨도 같이 웃으셨고.
집에 와서 엄마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그러더라. 경비 아저씨도 퇴근하면 그 얘기 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경비실에 혼자 계시니까 그 티비가 말벗인 거래. 소리를 줄이시는 것도 혼자만의 일이라서 그런 거고.
그 말 듣고 좀 조용해졌어. 우리는 동아리방이라도 있잖아.
돌부처 혼자 보면 더 무거워.
다음 날 동아리방에서 그 얘기를 했더니 불나방이 아저씨한테 과자라도 갖다 드리자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 방 과자 봉지 하나 들고 갔어. 아저씨가 손사래 치시다가 결국 받으셨어.
그날은 아저씨가 소리를 안 줄이셨어. 내가 지나가는데도. 그게 좀 좋더라.
나는 아저씨가 뭘 보시는지 하나도 몰라. 알 필요도 없고.
근데 혼자 보면 무거운 건 알 것 같아. 너도 동네에 그런 분 계시면 인사 한 번 해봐. 그게 생각보다 크더라니까.